<유재민 칼럼> 프로야구 승부조작사건 계속되는 진실 공방을 보며

<유재민 칼럼> 프로야구 승부조작사건 계속되는 진실 공방을 보며

  • 기자명 유재민
  • 입력 2018.12.27 09:17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우람(오른쪽)과 이태양이 지난 10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우람(오른쪽)과 이태양이 지난 10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관중들이 스포츠 경기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중들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보면서 진정한 스포츠의 묘미를 느끼고, 승패를 떠나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관중들은 결과를 알 수 없기에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열광한다. 그런데 만약 관중들만 몰랐을 뿐, 선수들이 미리 ‘각본’을 쓰고 합의한 대로 스포츠경기를 한 것이라면, 이와 같은 경기는 이미 관람 스포츠로서의 존재 의의가 없다.

우리는 프로스포츠 선수들이나 팀이 미리 스포츠경기의 ‘각본’을 만드는 것을 ‘승부조작’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일부 경기의 결과를 두고 승부조작‘의혹’이 있었을 뿐,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 이후 각종 프로스포츠 대부분의 종목에서 승부조작 사실이 밝혀져 재판이나 처벌을 받았다. 특히 다른 종목에 비해 ‘프로야구’는 경우의 수가 많아 승부를 조작하기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되었지만, 2012년 ‘프로야구’에서도 승부조작이 있었음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프로 야구를 사랑하는 많은 관중들은 ‘경기 중 첫 사구’등을 맞추는 형식의 ‘승부조작’에 선수들이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 프로야구는 ‘승부조작’의 진실 공방 문제로 다시 한 번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 10일 승부조작에 연루되었던 이태양과 문우람은 기자회견을 열었고, 그 자리에서 이태양은 수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하였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현재 여론은 이태양의 기자회견 내용과 문우람의 결백에 대하여 호의적이지 않다. 오히려 문우람의 결백보다는 실명이 언급된 다른 선수들의 가담 여부나 문우람이 브로커와 만나게 된 계기로 언급된 폭행사실이 더욱 조명을 받았다.

이태양은 수사과정에서 검사로부터 문우람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서 자신에게 전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우람도 승부 조작을 아는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수사기관에서 하였던 것이고, 이와 같은 자신의 진술이 문우람 유죄 인정의 결정적 증거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의 형사 사건을 변론해 본 변호사 관점에서는 이태양의 기자회견 발언과 관련하여 의문점이 있다.해당 사건의 수사 검사가 이태양 주장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단순히 이태양이 ‘문우람도 승부 조작을 아는 것 같다’는 식의 추측성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문우람의 유죄가 인정되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형사 재판에서 판사는 공범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법정에서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공범 중 한명이 수사기관에서 추측성 진술을 하였더라도 추측성 진술에만 근거하여 유죄를 인정하지는 않는다.

언론에서 보도된 바에 의하면 문우람은 브로커로부터 지속적으로 선물을 지급받아 왔고, 브로커는 문우람의 술값도 대신 지급하여 왔다고 한다. 특히, 문우람은 브로커가 돈이 든 가방을 주자 이를 이태양에게 전달하였다고 한다. 문우람의 주장대로 문우람이 실제로 브로커의 말을 믿었고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제 3 자의 관점에서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판사 입장에서는 문우람과 브로커의 계속된 만남이나 문우람의 일련의 행동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문우람이 승부조작에 가담하였을 것으로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우람은 재심 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변호사 관점에서 볼 때 재심 인용여부는 불투명하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에서는 “원판결의 증거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재심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태양이 위증죄로 처벌된다면 재심의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형법 제152조에서 규정하는 위증죄는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따라서 이태양이 수사 기관에서 거짓 진술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법정에서 진실을 증언하였다면 위증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나아가 위증죄에서 문제되는 ‘진술’의 대상은 경험한 ‘사실’에 한정되고 주관적 평가 또는 의견은 제외된다. 이태양이 문우람의 어떤 행위나 진술과 같은 ‘사실’에 관하여 거짓 증언을 하였다면 위증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승부 조작을 아는 것 같다’는 진술은 주관적 평가 또는 의견에 불과하다. 기자 회견에서 밝히지 않은 다른 거짓 진술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태양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위증죄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재심 인용의 가능성도 낮을 것을 보인다. 나아가 수사기관에서의 강압이나 직권남용의 인정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재심 인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 시절 야구부 친구들을 보면서 ‘순수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문우람 역시 어린 시절부터 오직 야구만을 생각하면서 프로선수로 성장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관중들과 일반인들은 ‘순수한’ 프로야구선수의 일련의 행동들을 순수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프로야구선수들은 어려서부터 독립적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을 기회 역시 사실상 박탈된 채 야구에만 전념하기 때문에 프로야구선수가 된 이후에도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승부조작’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엘리트 스포츠 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구단의 선수들에 대한 관리 및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문우람의 결백을 믿고 싶다.

유재민(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