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스포츠 해외화제] ‘출사표부터 해트트릭까지’ 재미있는 스포츠 관용구-①

[해외스포츠 해외화제] ‘출사표부터 해트트릭까지’ 재미있는 스포츠 관용구-①

  • 기자명 김백상 기자
  • 입력 2018.11.0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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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 데일리스포츠한국 로창현] 본지는 매주 수요일 미국, 영국 등 해외 현지에서 전문 필진들이 직접 취재하여 보내온 ‘해외화제’ 페이지를 신설했습니다. 해외특파원 격인 이들 필진들은 국내 언론사 현지 특파원, 스포츠 전문기자, 방송다큐연출가, 르포라이터 등으로 다년간 활동한 언론인으로 폭 넓은 시야와 감각적 글쓰기를 선보입니다. 해외 필진들의 스토리와 느낌이 있는 기사꾸러미들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바랍니다(편집자 주).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역사와 권위가 가장 큰 윕믈던 대회 센터 코트 전경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역사와 권위가 가장 큰 윕믈던 대회 센터 코트 전경

난센스 퀴즈 :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스포츠는 무엇일까? 정답은 테니스. 유일하게 사랑(love)을 불러대는 스포츠다. 그런데 테니스는 왜 0점을 제로(zero) 대신 러브로 했을까. 여기엔 몇 가지 설이 있다.

테니스는 프랑스 귀족의 놀이로 시작됐는데 ‘0’이 달걀과 비슷하게 생겨 ‘뢰프(l'oeuf)’로 불렸고 잉글랜드로 넘어가면서 '러브'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 스코틀랜드어로 '0'인 'lafe(라프)'가 잉글랜드로 전해져 ‘낫싱(nothing)’의 의미를 지닌 로브(loove)가 됐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테니스가 신사들의 스포츠인만큼 상대를 배려하는 뜻에서 0점 대신 부드럽게 ‘러브’로 했다는 설도 있다.

모든 스포츠엔 각기 독특한 뜻을 가진 용어들과 두 개 이상의 단어들이 이루는 관용구들이 있다. 현대 스포츠가 대부분 영어권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영어 관용구 또한 다양하다. 스포츠가 대중화되면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스포츠 관용구들도 많아졌다.

옥스퍼드출판사의 캐서린 마틴 미국사전팀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포츠의 특성상 다양한 상황에 대한 표현들이 쉽게 만들어지고 이것들이 비즈니스와 정치 등 다른 분야로 퍼지면서 더욱 광범위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미디어의 발달로 이 같은 경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스포츠 관용구들은 어떤 게 있을까. 또 그 유래는 어떠했는지 살펴본다.

1894년 복싱 경기장면
1894년 복싱 경기장면

▶Throw Hat in the Ring / 출사표를 던지다

‘모자를 링에 던지다’는 표현이 어떻게 ‘출사표를 던진다’가 되었을까. 19세기 초만 해도 복싱 선수들은 원형의 링에서 모자를 링에 던지는 걸 신호로 경기를 시작했다. 모자 쓰고 싸울 수는 없는 법, 즉 모자를 벗고 한판 제대로 붙어보자는 뜻이다.

영국의 옥스퍼드사전이 소개하는 최초의 표현은 1804년 한 문학작품에서 볼 수 있다. “벨처는 관객들의 머리 위로 링에 모자를 처음 던졌다”(Belcher first threw his hat into the ring, over the heads of the spectators.)

이 말이 점차 유행하면서 정치인들이 출마 선언을 할 때 쓰이기 시작했다. 복싱에서 모자를 벗고 싸우듯 결의에 찬 각오를 ‘출사표를 던지다’라는 관용구로 대신하게 된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출사표를 던지다’를 처음 언급한 정치인은 1912년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대선 출마선언을 한 것이 효시(嚆矢)로 알려졌다.

▶Throw in the Towel / 패배를 인정하다

‘타월을 던진다(Throw in the Towel)’는 말은 복싱에서 녹아웃의 위기에 몰렸을 때 해당 선수의 세컨(코너맨)이 땀을 닦아 주던 타월을 던져 기권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초기 복싱에선 수건이 아니라 스폰지를 던졌다고 한다. 당연히 ‘스폰지를 던지다(chuck up the sponge)’라는 표현이 먼저 쓰였는데 세월의 흐름속에 들고 있던 타월이 스폰지를 대체하게 된 것이다.

1911년 브롱스의 복싱경기를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에서는 두가지 표현을 혼용한 것을 볼 수 있다. “His seconds threw a towel in the ring announcing defeat at the beginning of the fifth round” and “Johnson’s seconds threw up the sponge for their man and saved him a further beating.”(그의 세컨은 5라운드가 시작된지 얼마 안돼 패배를 인정하는 타월을 링에 던졌다. 존슨의 세컨은 이어 스폰지를 던져 선수가 더 맞지 않도록 막았다.)

당시 관중들은 세컨의 ‘타월 투척’이 무척 마음에 안들었던 모양이다. 기사에 따르면 이 세컨은 흥분한 관중들을 피해 라커룸으로 긴급 피신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복싱에서 파생한 다른 관용구들로 ‘Also from boxing: down for the count’(빈털털이가 되다), ‘saved by the bell’(벨이 살렸다, 곤경에서 벗어났다), ‘take it on the chin’(패배를 맛보다, 고통이나 벌을 참아내다), ‘below the belt’(벨트 아래를 치다, 비겁한 짓을 하다) 등이 있다.

경마의 종주국 영국에서는 축구만큼이나 경마의 인기도 크다.
경마의 종주국 영국에서는 축구만큼이나 경마의 인기도 크다.

▶Wild-Goose chase / 헛물을 켜다

‘Wild-Goose’는 기러기, ‘chase’는 추적이다. 기러기를 추적한다니? 드론도 없던 시절 가당키나 한 일인가. ‘헛된 수고’, ‘헛물을 켠다’는 뜻이다.

“Nay if our wits run the wild goose chase, I am done.” (Romeo and Juliet)

옥스퍼드사전에 따르면 최초의 표현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나온다. 머큐시오(Mercutio)와 친구 로미오(Romeo)에게 하는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와일드 구스 체이스’가 당시 영국에서 유행한 경마 용어였다는 사실이다. 말들을 일정한 대열을 이룬 채 경주하는 장면이 기러기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닮았기때문이다. 당시엔 ‘헛물을 켠다’라기 보다는 ‘다소 힘들다’라는 문어체적 표현이었던 셈이다.

▶Across the Board / 전반적으로, 대체로

‘어크로스 더 보드(Across the Board)’는 대체로(generally)’ ‘포괄적으로(all inclusively)’라는 뜻이다. 1940년대 이후에 대중화 된 표현이지만 적어도 경마팬들은 반세기는 일찍 사용했다. 경마에서 세 개의 베팅을 똑같은 액수로 걸 때 쓰는 말이기때문이다.

경마에서 나온 또다른 관용구로 ‘다운 투 더 와이어(Down to the wire)’가 있다. ‘마지막까지’ ‘최후의 순간까지’, 피니시라인의 결승 테이프를 향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다.

뉴욕 양키스타디움 전경
뉴욕 양키스타디움 전경

▶Out of Left Field / 뜻밖에, 예기치 않게

야구경기에서 유래된 관용구 ‘왼쪽 외야에서(Out of Left Field)는 ’뜻밖에‘ ’예기치않게‘ ‘뜬금없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하필 ‘왼쪽 외야’일까, 오른쪽이나 가운데는 왜 빠졌을까.

배경은 이렇다. 1961년 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는 초창기 지어진 많은 야구장의 왼쪽 외야가 오른쪽보다 다소 깊어서 수비가 약한 외야수들이 뒤쪽에서 편하게 플레이 하는 경향을 지적했다. 수비가 편한 왼쪽외야에서 나왔으니(Out of Left Field)’ ‘뜻밖에’ ‘예기치 않게’라는 뜻으로 쓰게 된 것이다.

‘아웃 오브 레프트필드’의 의미를 더욱 이상하게(?) 만든 것은 시카고 컵스다. 1893년부터 1915년까지 사용한 컵스의 홈구장(West Side Grounds)은 왼쪽 벽이 정신병원과 붙어 있었다. 그래서 경기 중에 벽 너머로 환자들의 고함 등 이상한 소리들이 자주 들리곤 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레프트 필드는 범상치 않은 곳이었다.

▶Wheelhouse, Strong Suit, Forte / 장점, 높은 끝수

어떤 사람의 큰 장점이나 능력을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휠하우스’는 본래 야구에서 타자가 볼을 편안하게 칠 수 있는 장소를 말한다. ‘스트롱 슈트’는 카드 게임에서, ‘포르테’는 믿거나말거나지만 펜싱 용어다. 칼날의 날카로운 부분이 바로 포르테다. (계속)

글 뉴욕 = 로창현(Newsroh 대표기자. 전 스포츠서울 뉴욕판 편집국장, 現 데일리스포츠한국)

정리 김백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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