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괴물이 산다는 특종과 조작

호수에 괴물이 산다는 특종과 조작

  • 기자명 김백상 기자
  • 입력 2018.10.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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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매주 수요일 미국, 영국 등 해외 현지에서 전문 필진들이 직접 취재하여 보내온 ‘해외화제’ 페이지를 신설했습니다. 해외특파원 격인 이들 필진들은 국내 언론사 현지 특파원, 스포츠 전문기자, 방송다큐연출가, 르포라이터 등으로 다년간 활동한 언론인으로 폭 넓은 시야와 감각적 글쓰기를 선보입니다. 해외 필진들의 스토리와 느낌이 있는 기사꾸러미들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바랍니다(편집자 주)

[영국 = 데일리스포츠한국 장정훈 기자] 네시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1934년 4월 19일 자 <데일리 메일>에 한 장의 사진이 실리면서부터였다.

네스호의 괴생명체
네스호의 괴생명체

로버트 케네스 윌슨 박사가 제보한 이 사진에는 흐릿한 물속에서 긴 목을 내놓고 있는 공룡과 흡사한 동물이 담겨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괴물이 약 1억 9천만 년 전부터 6천 5백만 년 전까지 살았던 해양성 파충류와 닮았다며 흥분했다. 이후 괴물의 존재를 파헤치기 위한 탐사가 이어졌다. 1958년, 영국의 학계를 중심으로 조사단이 구성돼 첫 탐사작업을 펼쳤다. 1992년에는 영국 자연사 박물관 등 관계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이 총동원돼 수중음파 탐지기 등을 이용 네스호를 샅샅이 조사했다. 그러나 그런 대대적인 조사에도 불구하고 네시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밝혀진다.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데일리 메일>의 사진이 가짜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60년이 지난 1994년 <선데이 텔레그래프> 지에 의해서 말이다. 그 사건의 내막이 재미있다.

네스호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하자 <데일리 메일>은 영화제작자 겸 탐험가인 듀크 웨더럴(Marmaduke Arundel Wetherell)에게 거액의 지원금을 약속하며 탐사를 부탁한다. 듀크 웨더럴은 1933년 12월 탐사를 나서고 12월 20일 탐사 시작 이틀 만에 커다란 두 발에 네 개의 발가락을 가진 발자국을 발견한다. <데일리 메일>은 그 증거를 토대로 괴물이 실존한다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싣는다.

그 후 2주에 걸친 영국 자연사 박물관 소속 연구팀의 확인 작업이 이어지고 전 세계의 관심 속에 결과가 발표된다. “발자국은 같은 것이며 우산의 받침으로 사용되던 하마의 다리로부터 나온 것이다”. 한마디로 동물의 발자국이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이에 화가 난 듀크 웨더럴은 아들 이안 웨더럴(Ian Wetherell)에게 진짜 괴물을 보여주자고 제안하면서 장난감 잠수함을 사왔고 이안 웨더럴의 이복형제인 스펄링(Christian Spurling)이 나무로 목과 머리를 만들어 붙여 호수에 띄운다. 그리고 이안 웨더럴이 사진을 찍는다. 이 조작사건엔 등장인물이 좀 많다. 듀크 웨더럴이 사진제보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친구 챔버스(Maurice Chambers)에게서 소개받은 외과 의사 윌슨 박사에게 필름을 주었고, 약국에서 현상된 이 사진은 결국‘외과 의사 윌슨의 사진’으로 알려지면서 60년간 네스호 괴물의 존재를 확신케 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로 활약한다.

네스호 괴물 화제를 다루는 국내 TV방송 화면촬영
네스호 괴물 화제를 다루는 국내 TV방송 화면촬영

이 사기극의 전모는 1994년 두 명의 네스호 연구자, 마틴(David Martin)과 보이드(Alistair Boyd)에 의해 밝혀지고 <선데이 텔레그래프>에 기사가 실림으로써 세상에 알려진다. 두 연구원은 90세 고령이 된 스펄링을 찾아가 사진 조작에 얽힌 자백을 받아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조작이 있었다. 1970년대엔 특히나 많은 탐사가 이어져 고성능 음파탐지기와 카메라가 동원되고, 잠수함이 250시간에 걸쳐 탐사작업을 수행하기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벨몬트의 응용과학아카데미(Academy of Applied Science) 연구원 로버트 라인즈(Robert Rines)는 1972년 8월 9일 아침, 동료 승무원들과 함께 보트를 타고 나가 음파탐지기로 한 장의 사진을 얻게 된다. 그는 그 사진을 미국으로 보내 현상한다. 처음엔 사진이 희미하여 해석이 어려웠으나 칼텍의 제트 추진연구소의 컴퓨터 확대에 의해 좀 더 선명한 사진이 얻어졌고, 로버트 라인스 등은 그 결과를 1975-76년에 발표한다. 그 사진에 나타난 것은 괴물의 지느러미였다. 그 지느러미 사진은 전 세계에 배포되어 아주 유명해졌다. 네시테라스 롬봅테릭스 (Nessiteras Rhombopteryx) 라는 학명까지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느러미 사진은 날조된 것이었다. 모호한 형태의 형상을 로버트 라인스가 조작하여 지느러미로 보이게끔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네스호의 전설을 현실로 확인하고픈 인간의 욕망이 희대의 사기극 퍼레이드를 연출한 셈이다. 네스호의 전설이 그만큼 큰 마력을 지녔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지.

네스호에 괴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실망스러운 결과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2003년, <BBC>가 음파탐지기와 잠수함, 첨단위성탐사기술까지 동원해 대대적으로, 그야말로 대대적으로 괴물 찾기에 나섰으나 네시를 찾는 데 실패한다. <BBC>는 관광객을 상대로 호수에 나무토막을 띄우는 등 인간이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실험을 보여줌으로써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사람들은 그들이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럼 네스호엔 정말 괴물 네시가 없는 걸까? (다음호에 계속)

글 영국 = 장정훈(방송다큐프로덕션 대표PD)

정리 김백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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