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인의 축구하자 <2> 축구가 너무 하고 싶어요

이종인의 축구하자 <2> 축구가 너무 하고 싶어요

  • 기자명 이종인 기자
  • 입력 2018.10.11 11:45
  • 수정 2018.10.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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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는 축구와 농구를 병행했다.
학교에 농구 관련 시설이 잘되어있기도 했고, 키가 180cm를 훌쩍 넘게 자라 신체 조건도 유리했기 때문이다. (축구부에 뽑히지 않은 것은 비밀!)
하지만 학기마다 열리는 반 대항 축구대회나 체육대회에는 빠지지 않고 축구선수를 자원해 뛰었다.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2002한일월드컵이 열린 것이 이맘때였다.
고등학교를 거치며 나의 축구 인생은 한 단계 더 도약한다.
내가 다닌 학교는 대학 진학이 최우선 목표인 인문계 고등학교였지만 학기마다 지역에서열리는 고교대항 축구대회 출전을 위해 정식으로 축구부를 운영하고 있었고,국가대표 상비군 골키퍼 출신 체육 선생님께서 축구부 감독을 맡고 계신 덕분에 체계적으로 축구를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내가 경기도 대항 축구대회에 참가한 것을 알고 있던 친구들의 추천을 받아 축구부에 입단하게 되었다.
매일 합숙 훈련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회 일정이 정해지면 치열하게 입시공부와 운동을 병행했다.
팀원들의 열정과 감독님의 훌륭한 지도로 우리 팀은 3년 동안 지역 내 우승 트로피를 놓치지 않는 강팀으로 군림했다.
현역 시절 나와 같은 골키퍼 포지션이었던 감독님께서는 내게 축구 기본기를 비롯해 다양한 훈련 방법과 실전 스킬을 지도해 주셨다.
이때 배우고 익힌 것들은 훗날 내가 사회인 축구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초등학교 때 다른 친구들보다 훌쩍 큰 키 덕분에 골키퍼 장갑을 낀 것이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이어졌다.
사실 내가 꿈꾸던 포지션은 스트라이커였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야 비로소 골키퍼 포지션에서 졸업할 수 있었다.
내가 대학교에서 전공한 교육학과에는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이 훨씬 더 많았고, 몇 안 되는 남학생들 또한 공과 그리 친하지 않았다. 스트라이커로 거듭날 기회였다.
놀랍게도 ‘축구공 기피증’은 학과를 넘어 인문대 전체에 널리 퍼져 있었다.
나는 선배들에게 내가 고등학교 축구부 출신이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어필했고, 그 결과 스트라이커 포지션뿐만 아니라 학과 축구팀원들의 포지션과 전술을 책임지는 일종의 감독 역할까지 맡게 되었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간 군대에서도 축구는 계속되었다.
부대원들의 체육활동을 장려해 주신 중대장님 덕분에 일과 후와 주말에 원 없이 축구를 할 수 있었고, 당시 청소년 대표였던 지동원의 광양제철고 축구부 1년 선배가 이웃부대로 전입하면서 세미-프로의 실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몇 달 후에는 국내3부 리그 팀에서 코치로 활동하다 온 신병이 이웃 부대로 전입해왔다.
종종 이웃 부대와 내기 축구를 하던 우리에게는 비보였지만, 이들과 함께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승패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
제대 후 큰 뜻과 야망을 품고 대학에 돌아왔지만, 예상과 달리 복학생은 어색하고 슬픈 포지션이었다.
학과 휴게실은 이제 더 이상 마음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갈 곳이 필요했던 나는 ‘야생마’라는 이름의 인문대 축구 동아리에 가입하는 것으로 슬픔을 달랬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시시콜콜한 농담에서부터 함께 먹고 마시는 것까지 어느 하나 즐겁지 않은 일이 없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축구 경기의 빈도와 간격이 들쭉날쭉하다는 것이었다.
운동장 하나를 여러 동아리와 학과가 함께 사용하다 보니 일주일은커녕 한 달 내내 경기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에는 축구 외에도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 지만, 나사가 빠진 듯 무언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축구가 정말 하고 싶었다.

이종인(사회인 축구팀 FC KARIS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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