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테인먼트 천국 아메리카, ‘야구장 축구’ 들어 봤나요

스포테인먼트 천국 아메리카, ‘야구장 축구’ 들어 봤나요

  • 기자명 로창현 기자
  • 입력 2018.10.10 10:54
  • 수정 2018.11.09 11:24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지는 매주 수요일 미국, 영국 등 해외 현지에서 전문 필진들이 직접 취재하여 보내온 ‘해외화제’ 페이지를 신설했습니다. 해외특파원 격인 이들 필진들은 국내 언론사 현지 특파원, 스포츠 전문기자, 방송다큐연출가, 르포라이터 등으로 다년간 활동한 언론인으로 폭 넓은 시야와 감각적 글쓰기를 선보입니다. 해외 필진들의 스토리와 느낌이 있는 기사꾸러미들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뉴욕 = 데일리스포츠한국 로창현] 미국의 공식명칭은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다. 50개주가 모여 한 나라를 이루고 주지사가 ‘소통령’ 역할을 하는 나라. 3개의 시차가 존재하고 하와이와 알래스카는 빼더라도 동서간 거리가 5200km나 되는 이곳에 살다보면 한 나라가 아니라 50개로 이뤄진 나라라고 생각하는 게 속편하다.

미국, 그중에서도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뉴욕에서 누리는 가장 큰 혜택을 꼽자면 세계 최고 수준의 스포츠와 예술, 대중문화를 한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의 별명은 ‘빅 애플(Big Apple)’이다. 뉴욕은 탐스럽게 익은 빨간 사과처럼 스포츠와 예술이라는 놀이문화를 최고 수준에서 맛 볼 수 있다.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안타치며 활약 했던 경기장면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안타치며 활약 했던 경기장면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만 보더라도 뉴욕을 연고로 하는 팀들이 유일하게 두 개 이상이다. MLB는 양키스와 메츠, NBA는 닉스와 네츠. NFL은 자이언츠와 제츠(경기장은 허드슨강 너머 뉴저지에 있다), NHL은 아일랜더스와 레인저스, 뉴욕권인 뉴저지 데블스까지 3팀이나 된다.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직접 보고 응원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은 셈이다.

4대 프로스포츠에 견줄 수 없을 뿐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축구(MLS)도 NYCFC와 레드불스 두 팀이 뉴욕을 프랜차이즈로 한다. 뿐 만인가. 뉴욕시에서 주최하는 그랜드슬램 테니스대회인 US오픈이 매년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뉴욕 일원의 세계적인 골프 코스에서 PGA와 LPGA 대회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프로스포츠에만 열광하는 게 아니다. 아마추어 최고봉 NCAA(미대학체육협의회)는 디비전1부터 3까지 거의 모든 종목이 있으며 인기 스포츠들의 디비전1은 어지간한 나라의 프로리그 경기보다 많은 관중들을 동원한다.

오바마 시절 미 대선토론회를 몇 차례 개최해 유명세를 얻은 홉스트라(Hofstra) 대학은 뉴욕시 동쪽 롱아일랜드에 있다. 이 학교 농구팀 주경기장을 10여 년 전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의 잠실체육관 규모에 시설은 NBA급의 최첨단이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퀸즈에 위치한 세인트존스 대학 농구팀은 홈경기를 캠퍼스 체육관과 맨해튼의 유서 깊은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도 번갈아 개최한다. 그만큼 많은 팬들의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관중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미국 생활 초기 프로스포츠 경기장에 가면 어떻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까 하는 신기하게 생각했다. MLB의 경우, 시즌초반엔 평일 낮 경기를 한다. 그런데도 대부분 구름 관중이다.

뉴욕 양키스의 양키스타디움은 좌석이 4만7천석, 메츠의 시티필드는 4만5천석 수용이다. MLB팀들은 연간 정규리그 경기만 162게임으로 홈경기는 81게임이다. 어찌 보면 흔한 정규리그인데도 매진이 다반사요, 관심도가 떨어지는 경기라도 대부분 4만 명을 가볍게 넘는다. 그만큼 팬층이 두텁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물며 상대적으로 경기수가 훨씬 적은 NFL의 자이언츠와 제츠는 10만 명 수용도 모자라 늘 매진 사례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US 오픈 테니스 대회
US 오픈 테니스 대회

미국에서 마이너 취급을 받는 축구의 경우도 막상 경기장에 가면 3~4만 명은 예사다. MLS 팀들은 보통 NFL 팀들의 경기장을 축구장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이 정도 관중수도 허전하게 보이지만 축구 전용구장이었다면 거의 만석을 이루는 셈이다.

주류 언론이 잘 보도하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축구는 미국에서도 인기종목의 범주에 들어간다. 미국엔 중남미 이민자들이 백인 인구를 위협할 만큼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들의 ‘넘버원’ 스포츠는 두말할 것 없이 축구다. 유럽에서 넘어오는 신규 이민자들 역시 축구에 열광하기 때문에 NYCFC나 레드불스 같은 뉴욕 연고팀 경기장에 가면 남미와 유럽을 연상시키는 뜨거운 분위기속에서 경기가 진행된다.

덕분에 이따금 진기한 구경거리가 나오기도 한다. 양키스타디움과 같은 야구전용구장에서 축구경기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뉴욕시에서 유럽과 중남미의 명문구단을 초청해서 경기를 갖기도 하는데 NFL 구장이 없어서 고육책으로 야구장을 축구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운 좋게도 필자는 양키스타디움과 시티필드(구 셰이스타디움)의 축구경기를 두 번이나 볼 수 있었다. 경기장이 상대적으로 좁고 보는 각도가 조금 이상해서 그렇지, 축구를 하는 데는 별 문제는 없었다. 되레 야구장에서 축구경기를 보는 이색적인 풍경으로 다가왔다.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인기스포츠인 축구가 유독 미국에서 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기존 4대 프로스포츠가 워낙 철옹성 같기 때문이다. 우선 정규리그의 벽부터 넘기가 힘들다. MLB는 4월부터 9월 말까지 시즌이 계속되고 NHL은 10월부터 이듬해 4월 중순까지, NBA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 말까지, NFL은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다.

이들 4대 스포츠는 어느 한 종목의 시즌이 끝날 무렵 새로운 시즌이 시작돼 자연스럽게 열기가 이어진다. 사계절이 빈틈없이 돌아가는 것이다. 두 번째 제약 요인은 축구의 특성상 경기시간이 짧고 TV 광고가 들어가기가 너무 불리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의 특징을 보면 경기 중에 수시로 광고 들어가는 시간들이 있다. 심지어 광고를 위해 타임아웃을 갖는 ‘커머셜 타임아웃(Commercial Time Out)’도 있다. 경기 시간도 보통 3시간 이상 진행된다.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광고 장사를 해야 하는 경기연맹과 방송사로서 타임아웃도 한번이고 경기시간도 90분에 불과한 축구는 너무 불리한 것이다.

과거 70~80년대 뉴욕 코스모스 등 메이저리그 사커(MLS) 팀들이 펠레와 베켄바워 등 은퇴 무렵의 세계적인 스타들을 영입하여 대대적인 축구 마케팅을 벌인 적이 있다. 그 무렵 쿼터제라는 파격적인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다. 전 후반이 아니라 NFL과 NBA, NHL처럼 4쿼터로 분리해 광고를 위한 타임아웃 횟수를 늘린 것이다. 그러나 흐름을 중시하는 축구의 전통을 무시했다는 비판 속에 단기성 실험으로 끝났다. (다음호에 계속)

글 뉴욕 = 로창현(Newsroh 대표기자. 전 스포츠서울 뉴욕판 편집국장, 현 데일리스포츠한국)

정리 김백상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