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최정서 기자] 농구를 매개체로 남과 북이 하나가 됐다. 승·패를 떠나 모두가 하나된 장면을 연출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상징했다.
4일 북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는 남북 통일농구대회가 열렸다. 지난 2003년 이후 약 15년 만에 열리는 통일농구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1만여 명의 북한 관중들이 열띤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남북 농구선수들은 두 명씩 손을 맞잡고 들어오자 관중들은 ‘반갑습니다’ 노래가 울려 퍼졌다. 대형 전광판에는 ‘북남 통일농구경기 참가자들을 열릴히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첫날인 4일엔 남북 선수 6명씩 '평화'와 '번영'으로 나뉘어 맞대결을 펼쳤다. 가슴에 '평화'가 새겨진 흰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과 '번영'이 새겨진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하나하나 소개될 때 관중들은 형형색색 막대풍선으로 박수를 치며 열렬하게 응원했다.
이날 경기는 국제농구연맹(FIBA)의 규칙에 맞게 진행됐다. 심판도 국제 룰에 따라 3심제를 택했다. 국내 프로농구 베테랑 장내 아나운서인 박종민 씨가 장내 진행을 맡았다. 박종민씨는 북한 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어가 많은 농구 용어를 '판공잡기'(리바운드), '걷기 위반'(트레블링)' '측선'(사이드라인) 등 북한 용어를 사용했다.
첫 경기는 여자부 혼합 경기였다. 이문규 남한 대표팀 감독과 정성심 북한 코치가 이끈 번영팀에선 지난 시즌 여자농구 MVP인 박혜진과 지난해 아시안컵 득점왕인 북한의 로숙영 등이 선발로 나섰다. 장명진 북한 감독과 하숙례 남한 코치가 지휘한 평화팀에선 남한 임영희 북한 리정옥 등이 스타팅 멤버였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로숙영의 2점 슛이 터졌고 관중은 박수로 환호했다. 코트에 함께 선 남북 선수들 사이에선 어색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날 평양냉면을 함께 먹으며 대화를 나눈 터라 하루 만에 친해진 듯했다. 패스를 주고받은 후 슛이 성공하면 서로 하이파이브하며 기뻐했다. 작전시간엔 서로 머리를 맞댔다. 코트 위로 넘어진 임영희를 북한 박옥경이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기도 했다.
오는 8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단일팀으로 출전할 남북 여자 농구선수들에겐 미리 손발을 맞춰보고 우애를 쌓을 기회가 됐다. 관중은 팀에 관계없이 득점하면 함성을 지르고 슛이 안 들어가거나 속공에 실패하면 안타까운 탄성을 질렀다. 선수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2쿼터부터는 취주악단의 공연도 펼쳐졌다. '고향의 봄'과 '옹헤야', '쾌지나칭칭나네' '소양강 처녀' 등이 연주됐다. 여자 경기에선 역전과 재역전이 반복되는 접전이 펼쳐진 끝에 번영팀이 103-102로 승리했다. 북한 로숙영과 남한 김한별이 나란히 18점을 올리며 번영팀 승리를 주도했고 평화팀 북한 리정옥은 3점 슛을 8개나 꽂아넣으며 28점으로 맹활약했다.
여자부 경기가 끝난 후엔 허재 감독과 북한 안용빈 코치가 이끄는 평화팀과 리덕철 북한 감독, 김상식 남측 코치가 이끈 번영팀의 남자부 혼합 경기가 곧바로 이어졌다.
귀화 후 개명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은 남측 선수 라틀리프는 영문명이 그대로 적힌 유니폼을 입었지만 전광판에는 '라건아'라는 한글 이름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남자 경기는 약속이라도 한듯 102-102 동점이었다. 번영팀 북한 최성호의 버저비터 3점슛으로 극적인 무승부가 만들어졌다. 관중은 물론 양팀 코치진과 선수도 모두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남자팀에서도 북한의 원윤식이 가장 많은 17점을 올렸다. 라틀리프는 15점을 넣고 리바운드 8개를 잡았다.
통일농구대회 첫 날 혼합경기를 펼친 남북 선수들은 5일에는 친선 남북대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