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보리밭에서 가난과 추억을 여행하다

짙푸른 보리밭에서 가난과 추억을 여행하다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8.04.13 08:28
  • 수정 2018.04.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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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꽁당보리축제, 5월 4일부터 나흘간 다양한 추억의 프로그램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보릿고개를 넘어본 사람은 안다. 해마다 보리타작을 하고난 밭 가운데에 수북이 쌓인 검불더미에 불을 붙이면 타들어가는 소리가 빈 가슴을 쓰릴 정도로 공명되었던 기억을.

그때 이삭줍기 한 보리를 잔불에 던져놓으면 이내 검게 그을리면서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펑’하고 이리저리 튀어 오르곤 했던 보리와 그 주위에 모인 사람들의 입 주위는 검댕이로 변했다. 그것은 일 년의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었다.

체험마당(사진=군산시 제공)
체험마당(사진=군산시 제공)

그 시절 우리들은 그렇게 배가 고팠다. 쌀이 주식이던 시절이니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보리는 수천 년 우리 민족의 먹거리였다. 그만큼 보리는 우리 조상의 숨결과 숨결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역사와 삶의 이야기 그 가장자리에 있었다. 보리는 질곡의 삶과 가난의 상징이었다.

조상들은 그 가난을 물리도록 먹었으니 자식들에게만은 꽁보리밥을 먹이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세대 간에 꽁보리밥의 추억도 사라져 갔다. 국민학교(초등학교) 수업을 파하고 집에 돌아와 간식거리를 찾을라치면 항상 부엌에 대롱대롱 둥그런 대나무 채반 안에 놓여있던 보리밥. 장독대에서 퍼온 된장, 고추장에다 푸성귀를 뜯어다가 대충 잘게 잘라 보리밥과 비벼먹던 추억 아닌 추억 속의 유년시절. 그런 보리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웰빙 바람에 힘입어 다시금 우리 밥상에 돌아왔다.

군산농업인들은 다시 찰보리 시장 문을 열었다. 농산물 개방에 맞서 찰보리를 통해 생존의 돌파구를 찾았다. 꽁보리 직거래와 보리축제를 열었다. 농업인들은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축제를 띄웠다. 그렇게 자생 농업축제로 오늘을 잇고 있다.

보리와 보리 제품을 주제로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군산꽁당보리축제가 5월 4일부터 나흘간 전북 군산시 미성동 일대 보리밭에서 열린다. 그 시절 추억을 온전히 복원해 재현할 수 있는 보리밭 걷기, 보리 제품 전시 홍보, 보리 구워 먹기, 보리방아 찧기, 보리 수제 맥주 시음, 추억의 놀이마당, 비보이 공연, 풍등 띄우기, 보리밭 공연 등으로 다양하게 꾸민다.

꽁당보리축제현장(사진=군산시 제공)
꽁당보리축제현장(사진=군산시 제공)

축제 현장인 미성동과 내초동 일대 50ha는 1970년대 간척사업으로 생긴 자리로 5월이면 짙푸른 보리로 채워진다. 군산시가 1994년부터 흰찰쌀보리종을 보급하면서 이 일대는 전국적 주산지로서 인정받았다. 후대에 널리 알려야 할 꽁보리 역사와 추억... 농민들이 2006년부터 어린이날을 즈음해 매년 축제를 여는 속 깊은 의미이기도 하다.

군산시 관계자는 “꽁당보리축제는 향토산업을 축제로 연계한 성공모델로 인정받는다”며 “짙푸르게 펼쳐진 보리밭길을 걸으며 추억을 쌓고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놀 거리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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