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이상화는 울었고, 고다이라는 위로했다

[평창올림픽] 이상화는 울었고, 고다이라는 위로했다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8.02.19 09:46
  • 수정 2018.02.1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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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상화가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의 품에 안기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상화가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의 품에 안기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레전드로 자리매김한 '빙속 여제' 이상화(스포츠토토)의 눈물이 은빛 레이스를 펼친 지 하루가 지나도 스포츠 팬들에게는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상화는 18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단판 레이스에서 37초33의 기록으로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일본·36초94)에게 0.39초 차로 금메달을 내주고 준우승했다.

이번 은메달로 이상화는 아쉽게 500m 종목 3연패 달성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3개 대회 연속 메달(금2·은1)이라는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무엇보다 이번 레이스의 백미는 이상화의 눈물이었다. 은메달이 확정되자마자 이상화는 두 손을 얼굴에 감싸고 '폭풍 오열'했다.

마치 금메달을 놓친 분함 때문으로 비칠 수도 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상화는 자신의 눈물에 대해 "경기에 져서 운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무릎 부상과 그에 따른 하지정맥류 악화라는 악조건을 이겨내고 세 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여기에 우승자이자 최고 라이벌로 경쟁해온 고다이라의 진심 어린 위로까지 이어지면서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두 영웅의 빛나는 우정으로 뜨거운 감동이 넘쳐났다.

눈물을 흘리며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도는 순간에도 이상화를 향해 관중은 "울지마! 울지마!"를 연호하며 빙속 여제의 눈부신 레이스에 찬사를 보내는 명장면이 연출됐다.

이상화는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응원한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2등도 만족하고 아직도 상위권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았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수고하셨습니다!"라며 "응원과 함성, 진심으로 감사했고 행복했습니다"라는 글로 또 한 번 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상화가 트랙을 돌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상화가 트랙을 돌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고다이라와 서로를 격려했어요. 우리 모두 네가 자랑스럽다고…그랬어요."

'빙속 여제' 이상화(스포츠토토)는 18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코멘트였지만, 그의 말 한 문장 속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었다. 이상화는 이날 공식 석상에서 고다이라 나오(일본)의 이름을 근래 처음으로 입에 올렸다.

이상화는 고다이라가 여자 500m에서 최강자로 떠오른 뒤 라이벌 구도에 매우 민감해 했다.

고다이라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어쩔 수 없이 코멘트할 때는 고다이라를 '그 선수'라 불렀다.

무시무시한 실력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여자 500m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은 고다이라의 존재는 이상화에게 부담스러웠다.

더군다나 두 선수의 경쟁 구도가 '한일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이상화는 무거운 부담감을 느꼈다.

이상화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새로운 소식을 전할 때마다 해시태그(#)로 "난 나야"라며 평창올림픽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되뇌었다.

단판 승부로 펼쳐진 평창올림픽 여자 500m 경기에서도 그랬다.

그는 고다이라의 이름을 머릿속에서 지우려 자신의 루틴까지 포기했다.

이상화는 평소 경기 준비를 스타트 라인에서 하지만, 앞 조에서 뛴 고다이라의 기록을 보지 않으려고 마지막 곡선주로 인근에서 몸을 풀었다.

거추장스러운 헤드셋을 끼고 전광판을 보지 않으려 고개를 숙이며 움직였다.

'그 선수'의 존재는 이상화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러나 이상화는 경기가 끝나자 '그 선수'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격려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상화는 입술을 움직여 '고다이라'라는 이름을 내뱉었다.

그간 느꼈던 부담을 모두 씻어버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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