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G-3]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지만, 너무나 많은 숙제 안긴 남북단일팀

[평창 G-3]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지만, 너무나 많은 숙제 안긴 남북단일팀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8.02.0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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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열린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상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열린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상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호흡을 맞춘 지 겨우 일주일 만에 첫 평가전을 치렀다. 그러나 바꿔서 말하면 너무나 촉박하게 단일팀이 구성됐기 때문에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이들은 정말로 참가에만 의미를 둬야할지도 모른다.

새러 머리 감독이 이끄는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지난 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벌어진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박종아가 만회골을 터뜨리며 분전했지만 실력 차를 절감하며 1-3으로 완패했다.

스웨덴은 세계랭킹 5위의 강팀으로 지난해 7월 강릉에서 열렸던 두 차례 친선경기에서도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에 0-3과 1-4 패배를 안겼다. 그런만큼 남북 단일팀의 스웨덴 평가전 역시 승리보다는 호흡을 맞추는데 주안점을 뒀다.

하지만 이제 호흡을 맞춘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했던 경기력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문제는 남은 준비기간은 더 짧다는 것이다.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리는 스위스와 첫 경기까지는 이제 나흘만 남았다.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열린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도열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열린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도열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너무나 미미한 북한 선수 활약, 구색 맞추기만 될라

당초 머리 감독이 원했던 북한 선수는 수비수였다. 아이스하키는 체력 안배를 위해 1라인부터 4라인까지 구성되는데 수비 위주의 선수로 구성된 3, 4라인에 북한 선수를 집중 배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단일팀에 모인 북한 선수들은 공격수가 많았다. 원했던 선수들은 대부분 은퇴했다.

이 때문에 머리 감독은 남북 선수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지난달 28일부터 합동훈련을 시작한 단일팀은 지난 4일 경기에서 공격 2, 3, 4라인과 수비 4번째 조합에 북한 선수 1명씩을 투입하는 실험을 했다. 정수현과 려송희가 각각 2, 3라인의 왼쪽 윙을 맡았고 김은향이 4라인 센터를 맡았다. 황충금과 조미환은 4번째 수비조합을 구성했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실질적으로 스웨덴과 평가전에 투입된 선수는 정수현, 려송희, 김은향, 조미환 등 4명에 불과했다. 황충금은 경기에 아예 출전하지 못했다. 2, 3피리어드에서 4라인의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실질적으로 기용한 선수는 정수현과 려송희 등 2명 정도였다.

게다가 그나마 출전한 선수들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량도 기대했던 것보다 떨어졌다. 그야말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북한 선수 12명 가운데 정수현과 려송희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정도가 나머지 선수들은 쓸 만한 자원이 없다는 평가다.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열린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퍽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열린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퍽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색 맞추기 정도로 기용된다면 북한 선수들의 불만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나중에 남북단일팀의 취지가 훼손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머리 감독을 향해 '하극상'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선수단과 함께 파견된 박철호 북한 아이스하키 감독이 선수들의 불만을 부추길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걱정이 기우가 아닌 것은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정작 선수촌에서는 갈린다는 점이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은 선수촌 자체가 따로 구분돼 있어 같이 쓸 수 없다고 들었다. 단일팀을 하다 보면 팀 미팅과 일정 등을 이유로 같은 동에 있는 것이 편한데 그렇게 할 수 없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가뜩이나 호흡을 맞출 시간도 모자란데 같이 있을 시간도 줄어드니 괴리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 여전히 보수단체의 표적, 올림픽 현장서 불상사 없을까

남북 단일팀은 구성 단계부터 비판의 표적이 됐다. 그 비판은 어느 정도 사그라지며 수긍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비난을 쏟아내는 쪽도 있다. 애국보수단체를 자처하는 세력이 그들이다.

이미 주말에 서울 한복판에서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에 반대하며 인공기는 물론이고 한반도기까지 태우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들의 주장도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고 인공기를 태우는 것까지 애써 눈을 감는다고 하더라도 한반도기까지 태우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인천선학링크에서 4일 열린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스웨덴 평가전에서 관중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선학링크에서 4일 열린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스웨덴 평가전에서 관중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반도기는 이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활용됐던 것들이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과 국제축구연맹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사용됐다. 1991년은 그들이 말하는 '좌파정권'이 아닌 노태우 대통령이 보수정권이 집권했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한반도기에 여전히 색깔 굴레를 씌우고 있다.

한반도기까지 부정당한다면 남북 단일팀의 취지는 더욱 퇴색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올림픽 현장에서 불상사가 예견된다는 점이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남북 단일팀의 경기가 벌어지는 관동하키센터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미 보수단체 회원들은 스웨덴과 평가전에서도 "평양올림픽"을 부르짖으며 단일팀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평창동계올림픽 현장에서도 인공기와 한반도기를 태우겠다고 벼르고 있다. 만약 이런 불상사가 벌어진다면 사태는 한도 끝도 없이 커지고 만다.

물론 양심이 있는 국민들은 남북 단일팀의 취지에 대해 공감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스웨덴과 평가전이 벌어진 선학링크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관중들이 몰려들어 박수를 보냈다.

인천선학링크에서 4일 열린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스웨덴 평가전에서 관중들이 '우리는 하나다' 플래카드를 붙여놓고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선학링크에서 4일 열린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스웨덴 평가전에서 관중들이 '우리는 하나다' 플래카드를 붙여놓고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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