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정현(세계 58위, 한국체대, 삼성증권 후원)의 질주에 브레이크는 없다. 테니스 샌드그렌(세계 85위, 미국)까지 꺾고 2018 호주오픈 4강에 올랐다. 이제 당당하게 세계 테니스계를 향해 "보고 있나"는 말을 외쳐도 좋을 것 같다.
정현은 24일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멜버른 파크의 센터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샌드그렌에게 3-0(6-4 7-6[5] 6-3)으로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
정현은 오는 26일 로저 페더러(세계 2위, 스위스)와 토마시 베르디흐(세계 20위, 체코)의 승자와 결승 진출을 놓고 4강전을 벌이게 됐다. 만약 정현이 4강전에서도 승리한다면 2014년 US오픈 준우승을 차지한 니시코리 게이에 이어 아시아 선수로는 2번째로 그랜드슬램 결승에 진출하게 된다.
정현이 8강전에서 만난 샌드그렌 역시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선수다. 샌드그렌은 2라운드에서 스탄 바브린카(스위스, 세계 8위)를 제친데 이어 16강전에서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 세계 5위)까지 꺾고 8강에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러나 정현은 이미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이미 올해 초 샌드그렌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데다가 경험에서도 앞서있었다.
1세트는 비교적 쉬웠다. 3번째 게임을 브레이크(상대 서브게임에서 승리하는 것)하면서 분위기를 탄 정현은 4번째 게임에서 30-40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연속 3득점에 성공하면서 게임스코어 4-1까지 앞서갔다. 정현은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가면서 첫 세트를 6-4로 따냈다.
위기는 2세트에 찾아왔다. 정현은 첫번째 게임부터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범실이 많아진데다 샌드그렌의 서브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4번째 게임을 브레이크당했다.
정현은 3-4로 뒤진 상황에서 8번째 게임을 다시 브레이크당하며 3-5로 뒤졌다. 9번째 게임이 샌드그렌의 서브게임인 것을 생각한다면 그대로 3-6으로 내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9번째 게임을 브레이크한데 이어 10번째 게임을 지켜내면서 간신히 5-5 균형을 맞춘 정현은 6-6 타이브레이크에서 7-5 역전을 거두면서 2세트마저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정현은 타이브레이크에서도 4-5로 뒤져 위기를 맞았지만 연속 3득점을 올리는 뒷심을 보여줬다.
정현은 연속 2개 세트를 가져오면서 더욱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반면 샌드그렌은 더운 멜버른 날씨에 체력이 많이 떨어졌는지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현은 샌드그렌의 서브게임인 4게임을 가져오면서 3-1까지 달아나면서 기회를 잡았다. 정현은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맞은 9번째 게임에서 40-0까지 앞서고도 마지막 투혼을 불사른 샌드그렌의 저항에 부딪혀 4번의 듀스 접전을 벌였지만 연속 2득점을 따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정현은 이날 승리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랭킹에서 30위권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미 ATP 투어 사무국은 정현이 4강에 진출할 경우 세계 톱30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한국 남녀테니스 사상 세계 30위권에 들어가는 것은 정현이 처음이다. 정현은 이번 대회 남자단식에서 4강에 진출한 선수 가운데 가장 낮은 랭킹이지만 그 누구도 얕보지 못할 정도로 훌쩍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