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대만 루지 선수 리엔테안, 평창올림픽에서 꾸는 '빅 드림'

[월요초대석] 대만 루지 선수 리엔테안, 평창올림픽에서 꾸는 '빅 드림'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8.01.29 08:09
  • 수정 2018.01.29 09:14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리엔테안 제공>
<사진=리엔테안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쿨러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던져줬다. 겨울이 없는 자메이카 선수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올림픽에서 던져준 감동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보름도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선수들도 있다. 눈을 보기 힘든 아프리카에서도 봅슬레이 선수를 출전시킨다. 그리고 아시아권에서도 '용감한 출사표'를 던진 선수도 있다.

대만 출신의 리엔테안도 바로 그런 선수다. 리엔테안은 대만의 루지 선수다. 그는 겨우 18살이던 지난 2012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렸던 첫번째 동계 유스올림픽에 출전했고 4년 전에 벌어졌던 소치 동계올림픽에도 나섰다. 동계 유스올림픽에서는 25명 가운데 20위, 소치 대회에서는 39위에 그치는 등 눈에 띄는 기록을 남기지 못했지만 겨울을 찾아볼 수 없는 대만에서 루지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개척자'라고 평가할 수 있다.

<사진=리엔테안 제공>
<사진=리엔테안 제공>

◆ 무릎부상으로 그만둔 농구 선수, 루지 선수로 거듭나다

물론 그가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첫 대만 선수는 아니다. 1976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회 당시 쉬류청이 대만을 대표한 기록이 있다. 루지 역사만 놓고 보면 한국보다 더 오래된 셈이다. 하지만 대만 루지가 아직까지 생소한 이유는 역시 겨울이 없는 환경과 상관있다. 리엔테안 역시 처음부터 루지 선수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루지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뜻밖에도 그에게 찾아온 부상이었다.

"14살 때 심각한 무릎부상을 입었어요. 결국 농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때 루지를 가르치는 지도자로부터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때 마침 루지 대표팀 선수를 뽑는 중이었거든요. 그래서 한번 도전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결국 선발됐고 지금까지 루지 선수로 뛰게 됐네요."

대만에는 겨울이 없기 때문에 루지 훈련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대만에서는 썰매에 바퀴를 달아 훈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루지는 시속 105km인 반면 바퀴를 달고 하는 훈련은 시속 70km 이하로 해야만 했다. 제대로 된 훈련이 될리 없었다. 그래도 묵묵히 훈련에만 열중했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왜 그런 스포츠를 하느냐'고 물어오더군요. 루지라는 종목이 대만에서는 워낙 생소한 것이니가요. 하지만 제가 조금씩 결과를 내니까 친구들이 '재밌겠는데? 멋지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반응이 오더라고요. 희열을 느꼈죠."

물론 대만에서만 훈련한 것은 아니었다. 겨울이 되면 해외로 나가서 루지를 탔다. 점점 루지라는 종목에 빠져들었고 조금 더 멋진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리엔테안의 가슴에 뿌리깊게 박혔다.

"대만처럼 겨울이 없는 나라에서 겨울 스포츠를 하는 것은 마치 동화와 같은 일이죠. 그래서 평소에는 대만에 있다가 겨울만 되면 해외로 나가곤 했어요. 대만에서는 주로 체력훈련에 힘썼고 해외에서는 진짜 트랙에서 루지를 타는거죠. 거의 1년에 절반 가량을 해외에서 보내곤 했어요. 다행히도 가족들과 친구들이 전폭적으로 응원해줘서 힘이 났어요."

<사진=리엔테안 제공>
<사진=리엔테안 제공>

◆ 잊을 수 없는 소치 올림픽, 평창은 새로운 도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렸던 동계 유스올림픽에 출전했던 리엔테안은 2년 뒤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결과는 39명 가운데 가장 마지막인 39위. 1차 시기에서 62초961을 기록한 것이 뼈아팠다. 결국 최종합계에서 38위보다 9초나 늦은 기록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단연 소치 대회를 꼽는다.

"아무래도 올림픽 첫 출전이었으니까요. 올림픽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잖아요. 당연히 첫 출전이었던 소치 대회가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죠."

그리고 4년 뒤 리엔테안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지난해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훈련도 마쳤다. 그는 이제 평창동계올림픽만 기다린다.

"지난해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훈련을 해봤는데 트랙이 상당히 까다롭더라고요. 그러나 제게는 좋은 도전이 될겁니다."

리엔테안은 루지 외에도 또 다른 동계종목에 도전하고 싶어한다. 썰매종목은 모두 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두번째 목표다.

"14살부터 루지를 시작하면서 동계 스포츠는 모두 좋아요. 만약 가능하다면 웬만한 동계 종목에 모두 도전하고 싶어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도 해보고 싶네요."

<사진=리엔테안 제공>
<사진=리엔테안 제공>

◆ "대만에 루지를 보급하고 싶어요" 리엔테안의 끝없는 목표

현재 리엔테안은 스포츠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공부를 하면서 루지도 병행하고 있다. 그의 또 다른 꿈은 루지를 대만에 널리 보급하는 것이다.

"현재 대만에는 루지,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을 하는 선수가 15명이 채 안됩니다. 그만큼 썰매종목이 대만에는 잘 알려져있지 않아요. 하지만 루지를 대만에서 유명한 종목으로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루지 클럽을 만들어서 선수들을 키워보고 싶어요. 루지를 더 많이 보급하고 싶어요."

이와 함께 평창동계올림픽은 그에게 큰 기쁨이다. 자신의 기록도 기록이지만 가능한 많은 종목을 보고 싶어한다. 스포츠경영학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종목을 접하고 싶다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내내 다른 종목을 많이 보러다니고 싶어요. 큰 스포츠 행사잖아요. 제 전공공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회라고 생각해요. 가능한한 많은 경기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싶어요."

리엔테안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이 몇등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만에서 가까운 한국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이 클 것이고 자신을 계기로 대만에 루지 열풍이 불기를 희망하고 있다. 올림픽의 궁극적인 목표가 '모든 이를 위한 스포츠'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리엔테안은 이미 진정한 '올림피언'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