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G-15] 아시아 3번째 동계올림픽, 패러다임이 바뀐다

[평창 G-15] 아시아 3번째 동계올림픽, 패러다임이 바뀐다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8.01.25 10:02
  • 수정 2018.01.2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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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한민국 스포츠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컬링 훈련을 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한민국 스포츠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컬링 훈련을 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7년을 기다려왔던 평창동계올림픽이 어느덧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보름만 지나면 평창과 강릉에서 전세계인의 동계스포츠 축제가 벌어진다.

논란은 있었지만 북한도 이번 동계올림픽에 참가해 평화의 제전으로 더욱 자리할 수 있게 됐다. 또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남북단일팀으로 구성됐다. 구성 과정에서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평화라는 대의명분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적극 주도해 단일팀이 완성됐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에서 3번째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다. 지금으로부터 46년 전인 1972년에 일본 삿포로에서 첫 아시아 동계올림픽이 열렸고 20년 전인 1998년에 나가노에서 두번째가 열렸다. 일본만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동계올림픽이 열렸으나 대한민국 평창이 세번째 주인공이 됐다. 4년 뒤에는 중국 베이징이 네번째 주인공이 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은 한국 스포츠 역사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2018년은 대한민국 스포츠가 태극기를 들고 올림픽에 참가한지 정확하게 70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의미가 있다. 

또 우리나라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 이어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등 세계 4대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한 5번째 국가가 된다. 그 뒤를 이어 러시아가 올해 FIFA 월드컵을 열면 6번째 국가가 되고 2021년 미국이 세계육상선수권을 치르면 7번째 나라가 된다. 중국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 8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린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리 맷 달튼을 비롯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는 귀화 선수가 대거 출전한다. 이와 함께 대표팀 선수 선발에서도 '순혈주의'를 버리고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리 맷 달튼을 비롯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는 귀화 선수가 대거 출전한다. 이와 함께 대표팀 선수 선발에서도 '순혈주의'를 버리고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모든 편견을 깨는 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스포츠는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평화와 화합의 대축제를 열었다. 이는 IOC가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에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IOC는 서울올림픽을 가장 모범적인 대회라고 높이 평가한다.

이번에는 우리 내부의 평화와 화합을 지향해야 할 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스포츠의 위대함을 봤다. 대표팀 선수들의 4강 신화에 모두가 환호했고 하나가 됨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달라졌다. 내부 이념싸움에 분열됐고 아직까지도 그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편견을 깨는 것도 필요하다. 그동안 대한민국 스포츠는 '순혈주의'를 추구해왔다. 많은 나라들이 이민자들도 국민이라는 인식을 갖고 대표팀 선수로 선발했지만 대한민국 스포츠는 오직 한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고 한국에서 자라난 선수들만이 대표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편협함에 사로잡혔다.

중국에서 귀화하거나 조선족 출신 선수들이 국적을 얻어 대표팀 선수로 선발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은 그 편견을 깰 수 있을 정도로 귀화선수들이 많다. 남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문을 지키는 골리 맷 달튼을 비롯해 19명이 귀화 선수다. 한국의 약세 종목인 바이애슬론과 루지에서도 귀화 선수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물론 귀화 선수들을 두고 '돈으로 성적을 산다'며 못마땅해 하는 시선도 적지 않지만 이미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나라와 인종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 오래여서 평창올림픽에서 귀화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진다면 한국의 '순혈주의'도 점점 옅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동계스포츠, 한철 아닌 4계절 생활스포츠로

동계스포츠라는 말 속에는 겨울에만 즐기는 스포츠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농구나 배구, 핸드볼이 실내종목에어서 겨울에도 치러질 수 있긴 하지만 동계스포츠로 분류되지 않는 것에서 보듯 동계올림픽의 종목은 눈이나 빙판이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스케이트나 스키 등을 겨울에만 즐기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스케이팅은 4계절 스포츠가 된지 오래다. 큰 실내경기장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었을 때는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 모두 실외에서 치러졌지만 지금은 모두 실내경기장에서 경기가 벌어진다. 여기에 쇼트트랙까지 빙상종목은 모두 실내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4계절 즐길 수 있다.

요즘은 스키도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시대다. 이미 리조트와 몇몇 경기시설에는 실내스키장이 만들어졌다. 물론 눈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내에서 미리 스키를 체험함으로써 겨울에 설원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이와 함께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가 생소해했던 종목이 생활스포츠가 되는 좋은 기회다. 이미 스케이팅과 스키, 스노보드 종목은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지만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같은 썰매 종목과 컬링도 생활스포츠로 발돋움할 수 있다.

컬링은 이미 미국과 유럽,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생활스포츠로 자리한 종목이다. 특별하게 위험한 요소가 없고 팀원의 단결력이 중요한 종목이라는 점에서 가족 생활스포츠로도 손색이 없다. 장비와 시설만 갖춰진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동계 종목 가운데 빙상을 제외하고는 생활스포츠로는 아직 낯설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을 발판으로 컬링 등이 새로운 생활스포츠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계 종목 가운데 빙상을 제외하고는 생활스포츠로는 아직 낯설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을 발판으로 컬링 등이 새로운 생활스포츠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비해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종목은 사고의 위험이 있는데다 장비도 천문학적인 금액이어서 생활스포츠가 되기엔 다소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임대장비와 난이도 조절로 부담을 줄이고 전문 선수를 봅슬레이 드라이버로 한다면 체험형 스포츠로 손색이 없다고 조언한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의 주요사업에도 동호인 조직과 스포츠클럽 육성, 생활체육 프로그램 개발 보급이 들어있는만큼 생활스포츠 가능성은 충분하다.

스포츠가 소수 엘리트가 아닌 모든 이들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이다. IOC도 모든 이들을 위한 스포츠(sports for all)를 통해 모두가 건강한 삶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올림피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동계스포츠가 4계절 생활스포츠가 된다면 대한민국 스포츠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

◆ 성적지상주의를 버려야 스포츠 선진국 발돋움한다

한국 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목표는 금메달 8개와 4강이다.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세계 4강에 들어 대한민국 스포츠 위상을 떨치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이는 스포츠 강국의 길일뿐 스포츠 선진국의 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성적이 좋아야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워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성적지상주의에 함몰되어서는 올림픽을 진정으로 즐길 수가 없다.

대한민국 위상을 올려놓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정부는 엘리트 스포츠를 집중 육성해왔다. 이는 분명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내는데 효과를 냈다. 그러나 엘리트 스포츠의 폐단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은 비싼 장비 등으로 접하기 힘들지만 장비를 임대하는 등 대중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동계종목이 생활스포츠로 자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연합뉴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은 비싼 장비 등으로 접하기 힘들지만 장비를 임대하는 등 대중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동계종목이 생활스포츠로 자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는 최근에도 성적지상주의로 인한 폐단을 직접 목격했다.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심석희(한국체대)는 기록이 올라가지 않자 오랫동안 자신을 지도한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코치가 경질되고 심석희가 다시 훈련에 참여하는 것으로 무마됐지만 성적지상주의가 얼마나 인권을 유린하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가 됐다.

또 이낙연 국무총리는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을 남북단일팀으로 구성하는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어차피 여자아이스하키는 메달권 종목이 아니다"라는 말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낙연 총리는 상처를 입은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급히 사과했지만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종목이 아니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인식을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이와 함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늘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올림픽은 참가에 의미를 둔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는 것이다. 그런만큼 이번 동계올림픽부터는 메달을 따느냐에 집중하기보다 선수들이 얼마나 노력했고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느냐에 박수를 보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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