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LKER]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누구를 위한 것인가"

[S-TALKER]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8.01.16 09:38
  • 수정 2018.01.1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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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현장과 국민들까지 단일팀 구성에 비판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남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현장과 국민들까지 단일팀 구성에 비판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문화예술단 파견을 내세우자 급격하게 남북화해모드가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문재인 정부는 남북 동시입장과 남북 단일팀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남북 단일팀 구성을 놓고는 너무나 많은 비판이 오간다. 스포츠 현장과 많은 국민들은 불과 올림픽 개막을 20여일 앞두고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을 남북 단일팀으로 만든다는 소식에 얼굴을 찌푸린다.

일단 문화체육관광부는 남북 단일팀 구성에 있어서 피겨스케이팅과 봅슬레이 종목에 대해서는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보면 여자 아이스하키에만 국한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동계올림픽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던 선수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번 남북 단일팀 구성은 예전 선례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1991년 단일팀이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세계탁구선수권을 제패했고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에서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990년대에 있었던 탁구와 축구의 경우 합동 훈련을 하면서 선수들을 제대로 거르고 걸러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에 북한 선수 몇 명이 숟가락만 얹는 형식이다.

물론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평화무드가 조성되는 것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다. 북한이 아직 핵 미사일로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지만 올림픽에서만큼은 모든 무기를 내려놓고 환하게 웃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대의를 위해 선수들이 희생하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인권 변호사 출신이 대통령이 된 정부가 해야 할 일인지 의심스럽다. 국가를 위해 국민들이 희생하라는 것은 이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과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이 자행했던 국가폭력의 논리다.

또한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인권침해 요소도 담고 있다.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는 러시아 선수라는 이유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길이 막히자 "만약 올림픽 출전과 관련해 불리한 결정이 나올 경우 인권 침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출전권 박탁 하나만으로도 인권 침해 요소는 충분하다. 출전 기회가 권력에 의해 무단 박탈 또는 제한되는 것은 당연히 인권침해다.

남북 단일팀도 스포츠를 통한 남북 화해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올림픽 준비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던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박탈하는 인권침해다. 정부는 엔트리를 확대해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한다지만 출전 시간까지 같아질 수는 없다. 북한 선수 1명이 1초만 뛰어도 우리나라 선수들 가운데 1명의 출전 시간은 1초 손해본다.

남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현장과 국민들까지 단일팀 구성에 비판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남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현장과 국민들까지 단일팀 구성에 비판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논의 과정에서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의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데 이처럼 밀어붙이는 그 속내가 궁금하다. 이런 일방통행은 선수들의 행복을 뺏는 행위다. 인권침해는 물론 헌법 제10조가 규정하고 있는 행복추구권에도 저촉된다.

지금 당장 단일팀이 구성된다고 해도 호흡을 맞출 시간 자체가 없는 것도 문제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단일팀 훈련을 하겠다는 것인가. 아무리 우리 선수들의 성격이 좋다고 해도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그 갈등을 치유하고 해소하는 것만 해도 족히 두 달 이상은 걸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북 단일팀 구성은 아니다.

이런데도 국가폭력이자 인권침해 요소까지 있는 단일팀 구성을 이대로 밀어붙인다면 이는 또 다른 '스포츠 농단'이다.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 것만이 농단이 아니다. 아무리 뜻이 좋다고 하더라도 과정이 좋지 않으면 그 역시 농단이고 '적폐'다. 이전 정부의 적폐청산을 부르짖는 문재인 정부가 진정 또 다른 농단과 적폐를 원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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