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장애인 '사격 퀸' 이윤리 "장애인 스포츠 관심과 지원 우선해야"

[월요초대석] 장애인 '사격 퀸' 이윤리 "장애인 스포츠 관심과 지원 우선해야"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7.12.11 08:52
  • 수정 2017.12.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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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대한민국 스포츠는 너무 엘리트 스포츠에만 집중되어 있어요. 언론들도 생활 스포츠와 장애인 스포츠는 뒷전이고요. 이런 환경이 쉽게 바뀌진 않을거예요. 하지만 장애인이 당당한 사회 일원이 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장애인 스포츠거든요.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3번의 패럴림픽에 출전하며 장애인 사격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수확한 이윤리의 바람이다. 이윤리는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또 장애인 아시안게임과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리며 2010년 체육훈장 맹호장에 이어 올해 체육훈장 가운데 가장 높은 청룡장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아직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아직까지 싸늘하기만 하다. 이윤리가 자신의 성과에 기뻐하기보다 앞으로 대한민국 장애인 스포츠가 더욱 발전하기를 원하는 마음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라 사고를 당한 뒤에도 장애의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부터 생각했어요. 그래서 취미로 탁구를 시작했죠. 그런데 누구 하나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당연히 레슨도 받지 못했죠. 그러나 선수로서 대한민국을 빛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직장도 그만두고 벌어놓은 돈을 모두 레슨비에 쏟아부었어요. 탁구가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사격으로 전향했죠. 그 과정에서 현재 제 남편도 만났고요."

이윤리는 어떻게 보면 행운아인 셈이다. 사격을 하면서 특전사 저격수 출신인 남편 이춘희 씨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춘희 씨가 있었기에 현재의 이윤리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장애인 선수들은 제대로 지도자를 만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이 예전보다 분명 좋아지긴 했지만 혜택이 고르게 돌아오지 않아요. 일단 장애인을 지도하는 스포츠 지도자가 많지 않죠. 있다고 하더라도 장애인의 어려움이나 특성을 잘 맞추지 못해요. 대부분이 비장애인이니까 장애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거죠. 선수가 어느 정도 장애가 있고 중심을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요. 휠체어를 타는데 등받이 높낮이도 제각각이고 땅에 떨어진 기구를 줍는데도 무엇을 잡고 주워야 하는지 등 그런 어려움을 잘 몰라요. 그런 어려움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지도자가 흔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장애인 선수가 지도자로 변신하면 안될까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장애인의 마음은 장애인이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또 그렇지 않단다.

"일단 장애인 선수가 지도자로 나서기가 쉽지 않아요. 장애인 스포츠 지도자 자리도 워낙 적거니와 장애인 선수들이 장애인 지도자를 원하지 않아요. 사실 기술 같은 것은 지도자보다 선수들이 더 잘 알거든요. 결국 지도자들은 옆에서 장애인 선수들을 잘 도와주고 보조해주는 역할을 잘해야만 해요. 패럴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다른 나라 대표팀을 봐도 장애인 지도자는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결국 비장애인 지도자들이 장애인 특성을 잘 파악해서 가르쳐야죠."

이윤리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엘리트 스포츠의 폐해 가운데 하나인 성적지상주의다. 이윤리는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봤고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정작 그 중간에 있는 런던 패럴림픽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런던에서 간발의 차로 4위에 그쳐서 그만큼 메달의 소중함을 잘 알아요. 그래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 금메달보다 더 기뼜어요.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금메달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에 팽배해있는 것 같아요. 메달을 땄는데도 금메달이 아니면 벌써 감독, 코치의 눈빛이나 표정부터가 달라져요. 베이징 때 금메달을 땄을 때는 같이 있던 선배 선수로부터 시기, 질투까지 받은 적도 있어요. 장애인 스포츠는 성적보다 성취감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너무 안타까워요."

앞으로 이윤리의 바람은 다른 장애인들도 세상으로 나와 장애인 스포츠를 마음껏 즐겼으면 하는 것이다. 내년 자카르타 장애인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2020년 도쿄 패럴림픽까지 바라보고 있는 그지만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즐기면서 성취감을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스포츠를 하려고 나오는 장애인들이 아직도 많지 않아요. 집밖으로 나오는 용기가 필요해요. 한발짝 더 세상으로 나와 스포츠를 하면 자신의 삶 가치를 높일 수 있어요.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노력을 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포츠의 재미거든요. 성취감을 맛보면 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도 생기고요.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장애인들도 틀림없이 희망찬 내일과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또 하나 바람은 역시 관심과 지원이다.

"장애인 스포츠는 언론의 관심 밖에 있어요. 패럴림픽도 방송을 타기 어려워요. 언론이 바뀐다면 분명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믿어요. 또 아직 장애인 스포츠 행정에서 여러 허점이 많아요. 행정 차원에서 봤을 때 장애인 선수들의 불만이 적지 않아요. 좀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어요. 장애인 선수들에 대한 생계 지원도 조금 더 강화됐으면 좋겠고요. 장애인 스포츠 관심이 점점 더 많아지면 분명 많은 것이 개선될 것이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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