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바리스타 된 '서브여왕', 불안한 미래 걱정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

[월요초대석] 바리스타 된 '서브여왕', 불안한 미래 걱정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7.11.27 01:20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박상현 기자>
<사진=박상현 기자>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했으니 15년 넘게 했던 배구였다. 불과 3년 전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가 금메달도 땄다. 그런데 지난해 소속팀으로부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커피 바리스타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지난 2013년 V리그 여자부에서 기량발전상을 받고 2014년에는 서브상을 받았던 백목화(28)씨의 얘기다. 이젠 '백목화 선수'보다 '백목화 씨'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그다.

이를 두고 많은 언론들은 백목화 씨의 '새로운 인생 도전'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정작 15년 동안 배구만 알고 살았던 그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는 정작 담아내지 못했던 것도 현실이다. 이는 백목화 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코트를 누비고 있는, 아니 스포츠 현장에서 뛰고 있는 모든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불안감이다.

"소속팀(대전 KGC인삼공사)에서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해왔을 때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 그만 둬야 할 때구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다른 팀을 알아보라는 좋은 취지로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다른 팀에 가도 이젠 상관없다는건가'라는 생각에 많이 힘들고 속상했어요."

백목화 씨는 정들었던 소속팀을 떠나 대구시청에 입단했다. 프로가 아닌 실업팀 선수였다. 하지만 실업팀에서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사진=박상현 기자>
<사진=박상현 기자>

"실업팀에서 아무래도 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까 저절로 기량은 떨어지고요. 이러다가 그냥 결혼하고 잊혀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차라리 이럴바엔 배구를 그만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통 이럴 때 많은 선수들은 자신의 불안한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 무엇보다도 한국 스포츠에서 엘리트 선수로 살아왔던 사람들은 운동을 그만 두었을 때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20대 중후반에 이른 현역 은퇴를 했을 때는 만학도의 길을 걷기도 한다. 백목화 씨는 커피 바리스타의 길을 택했다.

"배구를 하면서 원래 커피에 대한 관심이 있었어요. 휴식을 취할 때도, 비시즌에도 언제나 카페를 갔고요.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면서 커피 기계를 사용해 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기왕이면 바리스타 자격증도 한번 따보자는 생각도 했죠. 배구를 그만두면 바리스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지금은 북촌의 한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지만 얼굴에는 늘 생기가 넘친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또 다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목화 씨는 격주로 오픈 업무와 마감 업무를 번갈아 한다. 하루 10시간의 고된 일이지만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직접 카페를 운영하고 싶은 꿈도 있다.

"이렇게 일찍 은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죠. 바리스타가 이렇게 빨리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죠.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만큼 빨리 시작하게 됐어요. 미리 준비를 했던 것이 제게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준거죠."

<사진=박상현 기자>
<사진=박상현 기자>

백목화 씨가 이제 와서 뒤돌아본 프로 인생은 어땠을까. 프로 선수로 뛰게 되면 높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지만 기량이 떨어지면 낮은 연봉을 받게 되고 심지어는 '강제 은퇴'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사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잘되는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때도 있거든요. 잘 안되면 '이러다가 연봉 삭감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머리를 감돌죠. 그러나 연봉이 높은 선수라면 500만 원 정도 깎이더라도 큰 타격이 없는데 연봉이 적거나 어린 선수는 그렇지 않죠. 연봉이 적더라도 그리고 깎이더라도 '그냥 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어요. 그것이 프로 인생이니까요."

그래도 엘리트 선수로 자라왔다면 프로 선수로 뛰는 것이 1차 목표고 그 이후에는 오랫동안 선수로 뛰는 것, 그리고 대표 선수로 활약하는 것이 더 높은 목표가 될 수 있다. 백목화 씨는 그런 목표도 좋지만 '불안한 미래'에 언제나 대비할 수 있는 계획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속팀에서 훈련을 받거나 경기에 뛰는 때라도 자유시간은 있거든요. 그럴 때 보통 많은 선수들은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죠. 물론 개인 훈련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저는 그 시간을 활용해 바리스타 공부를 했어요. 아마 감독님은 제가 바리스타 공부를 하러 가는 것에 대해 그리 좋지 않게 생각하셨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커피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밀고 나갈 수 있었죠. 솔직히 목표가 없었다면 참 막막했을 것 같아요. 내 나이 때 은퇴하는 선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해요. 너무 안타까워요."

그렇다면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이 무엇을 해야할까.

<사진=박상현 기자>
<사진=박상현 기자>

"지금 선수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긴 하지만 선수로서 뛸 수 있는 기간은 생각만큼 길지 않을 수도 있어요. 중간중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 나이 또래들은 중고등학교에서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서 공부에 대한 결핍이 적지 않아요. 그래도 요즘 후배들은 공부도 많이 하니까 배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많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백목화 씨의 커피 바리스타 인생은 어떻게 보면 엘리트 선수 출신으로서 스포츠 현장에서 계속 일하기 힘든 한국 스포츠의 현실일 수도 있다. 물론 백목화 씨는 배구 지도자나 스포츠 행정가의 길에 대해 고개를 저으며 현재 생활에 크게 만족한다고 한다. 앞으로 스포츠계에서 계속 일하든 그렇지 않든 언제라도 급변할 수 있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백목화 씨의 조언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