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LKER] '허약한 스포츠산업'의 민낯, 제대로 걸음마부터

[S-TALKER] '허약한 스포츠산업'의 민낯, 제대로 걸음마부터

  • 기자명 박상현 기자
  • 입력 2017.11.30 08:31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스포츠 산업 안녕하십니까

1920년은 대한민국 스포츠에서 특별한 해다. 대한체육회(당시 조선체육회)가 설립되고 '전조선 야구대회'라는 이름으로 첫 전국체육대회가 열린 해가 바로 1920년이다. 그리고 2020년이면 대한민국 스포츠의 역사도 100년을 맞는다. 지난 100년 동안 대한민국 스포츠는 영욕을 함께 했다. 고(故) 손기정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제패는 한민족에게 긍지와 함께 슬픔을 함께 안겼다. 1948년에는 태극기를 앞세우고 동계올림픽과 하계올림픽에 출전했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첫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렸고 내년에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스포츠 선진국'이냐는 물음에는 언제나 의문부호가 찍힌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내고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것만으로 스포츠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데일리스포츠한국은 창간 4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스포츠 현주소를 되돌아보고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한다. <편집자 주>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그야말로 스포츠산업이 쑥대밭이 됐어요. 새로운 먹거리처럼 여겨졌던 스포츠산업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거죠. 다시 걸음마부터 해야할 때입니다."

스포츠와 관련한 스타트 기업을 만든 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스포츠산업에 대해 한숨을 푹 쉬었다. 당장 스포츠산업에 대한 지원이 이전만 못하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스포츠산업이 제대로 서기 위한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은 격이라며 애써 위로하고 있다.

스포츠산업은 스포츠를 통해 창출되는 모든 경제적인 활동이다. 그동안 스포츠라고 하면 그저 경기를 치러 승자와 패자를 가르고 메달을 따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됐다. 그러나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후 스포츠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스포츠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도 스포츠산업을 하나의 먹거리로 인식했다. 박근혜 정부가 2013년 8월 발표한 스포츠 정책 마스터플랜은 스포츠의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스포츠 현장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농단이 밝혀지고 스포츠산업은 그저 이용만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포츠 현장은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이후 스포츠산업에 대한 인식이 뚝 떨어졌다는 점이다. '국정농단'이라는 굴레가 덧씌워지면서 관심은 뚝 떨어졌다. 관심이 멀어지니 지원 체감온도도 낮아졌다. 지금 대한민국 스포츠산업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 있던 미르재단. <출처=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 있던 미르재단. <출처=연합뉴스>

◆ 짙게 드리워진 '최순실 그림자'부터 걷어내자

당장 내년 2월부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이 열리지만 아직 국민들의 관심과 열기는 달아오르지 못하고 있다. 티켓 판매도 시작됐지만 체감온도는 뜨뜻미지근하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포함해 모든 스포츠산업에 '최순실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어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

김도균 한국스포츠산업협회 회장(경희대 스포츠산업경영학 교수)은 이에 대해 "최순실 그림자 때문에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물론이고 스포츠산업 전반이 죽어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까지 올림픽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열기가 달아오르지 못하고 있다. 열기는 밑바닥부터 올라와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림픽 개막까지 70여일 정도가 남았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 가깝게는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비교해도 뜨거운 열기를 체감할 수 없다. 국민들에게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일자를 물어보면 열이면 아홉은 잘 모른다는 대답이 나올 정도다. 성화봉송에 대한 뉴스도 나오지 않는다. 관심이 없으니 언론 관심 밖에 있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의 활동도 지지부진하다. 뜨거운 열기가 없는데 스포츠산업 전반에 좋지 않은 기운이 있다보니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는 요인이 된다. 최근 동계올림픽 공식파트너인 롯데그룹에서 백화점 차원으로 '평창 롱 패딩'을 저렴한 가격에 팔아 완판된 것이 열기랄 정도다. 그러나 정작 패딩 제품을 판매하는 노스페이스는 이런 마케팅조차도 못하고 있다.

스포츠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하니 대한민국 스포츠산업을 선도했던 한국스포츠산업협회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스포츠산업과 관련한 각종 행사가 사실상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지난 10월 열린 스포츠산업 잡페어에서 한국스포츠산업협회가 빠지면서 스포츠산업 취업정보와 기회를 제공해왔던 취업박람회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됐다.

이에 대해 스포츠산업협회 관계자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함께 이와 연루된 김종 전 차관 유탄을 맞으면서 사실상 예산이 줄어들었고 일손도 부족해졌다"며 "현 정부에서 체육 정책은 사실상 뒷전이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제공=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
<제공=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

◆ 돈 쓰고 욕 먹는 국제 스포츠 대회, 만능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당장 내년 2월에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이 열리지만 이제는 국제 스포츠 대회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은 분명 대한민국 역사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일대 사건'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국제 스포츠 대회를 연 사례도 없었다. 그러나 스포츠 대회가 열리면서 국민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국제적인 관심도 받았다.

이는 그대로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이어졌다. 월드컵에서 국민들이 보여준 '빨간 열기'는 국제축구연맹(FIFA)까지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시청앞 광장에서 보여준 응원 열기에 착안한 FIFA와 기업들은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팬 페스트' 행사를 별도로 만들고 있다. 경기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넓은 광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돈벌이 행사'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국제 스포츠 대회는 '황금 거위'가 아니다. 평창을 제치고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냈던 2010년 캐나다 밴쿠버나 2014년 러시아 소치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원래 동계올림픽 자체가 대규모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행사이지만 과잉투자를 함으로써 생긴 적자를 메우기 위해 허리를 졸라매고 있다.

굳이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볼 필요없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과잉투자한 것이 그대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사실상 폐허가 됐다. 아시안게임을 위해 지어진 체육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도 과잉투자의 덫에 걸려 이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대택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국민대 체육학 교수)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자체만으로는 성공, 실패가 없다. 그 의미만큼은 분명하기 때문에 모든 것은 성공이라고 평가해야 한다"며 "그러나 경제적인 효과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평가하자면 성공과 실패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대규모 적자를 보더라도 그만한 경제 효과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봤다면 감수할만한 것인데 평창 동계올림픽은 그럴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 이제 시작단계, 꽃길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있다

대한민국 스포츠산업은 이제 시작이다. 꽃길을 걷기 위해서는 험난한 가시밭길부터 걸어야 한다. 그 가시밭길이 어디까지 이어져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그런데 스포츠산업이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인식되고 있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스포츠 에이전트다. 마치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스포츠 에이전트가 구직난에 시달리는 취업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KBO리그 에이전트가 되려면 선수협회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통과한 이후부터가 문제다. 법인을 포함해 에이전트 1명이 보유할 수 있는 선수는 한 구단에 3명, 총 15명으로 제한된다. 그리고 수수료는 연봉과 자유계약선수(FA) 계약금 등 총액에서 5%로 제한된다.

이를 그대로 KBO리그 현실에 대입해보면 쉽게 계산이 나온다. 롯데 자이언츠와 4년 80억 원에 계약한 민병헌의 에이전트가 된다면 4년 동안 수수료로 최대 4억 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민병헌은 사실상 특급 FA 대접을 받았다. 이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받는 선수가 수두룩하다.

이에 대해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는 "에이전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무실 임대료부터 직원 봉급까지 모두 수수료로 충당해야 한다"며 "현행 에이전트 제도로는 도저히 수익구조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방송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장훈 씨도 "에이전트 제도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2020년이 넘어도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며 "일단 선수들이 에이전트가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안되어 있는데다 시장 자체가 너무 협소하다. 스캇 보라스 같은 슈퍼 에이전트가 나오기는커녕 운영난이 불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에이전트 말고도 스포츠산업의 앞길은 험난하다. KIA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는 이미 지난해부터 구장 명칭권 때문에 시민단체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명백히 KIA에서 구장 명칭권을 사들여 구장 이름에 기업 이름을 넣었지만 시민단체는 이를 특혜라고 몰아치고 있다. 이래가지고서는 구장 명칭권을 활용한 마케팅이 될리 없다. 또 스타트 기업은 지원을 받지 못하면 그대로 스러질 위기에 있다. 걸음마도 제대로 떼보기 전에 스포츠 시장에서 사라질 기업이 수두룩하다. 대한민국 스포츠산업은 아직도 휘청이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