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유창혁 총장, 알파고 출현은 바둑세계화에 도움 줄 것

한국기원 유창혁 총장, 알파고 출현은 바둑세계화에 도움 줄 것

  • 기자명 김경동 기자
  • 입력 2017.11.0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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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과 인터뷰하고 있는 한국기원 유창혁 총장
데일리스포츠한국과 인터뷰하고 있는 한국기원 유창혁 총장

지난해 이맘때쯤 한국바둑계의 실무를 이끌어갈 한국기원 총장에 유창혁 9단이 임명됐다. 현역시절 ‘세계최강 공격수’라는 별명으로 세계바둑계를 호령했지만 지금은 한국바둑계의 행정 수반으로서 한국바둑행정을 이끌고 있다. 최근 한국기원 총장 취임 1주년을 맞은 그는 취임 초 분열되어 있던 바둑계를 봉합하느라고 동서분주했지만 아직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노력하면서 좋아지고 있는 분위기여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바둑인구는 50대 이상이 가장 많다. 이에 한국기원은 젊은 층 끌어안기와 여성 바둑팬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정책에 몰두하고 있다. 유창혁 총장은 “바둑은 전술 전략이 다양하여 다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우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일단 배우고 나면 어려운 만큼 또한 깊이도 있어 재미를 더한다”고 바둑의 매력을 꼽았다.

유창혁 총장은 자신의 재임기간 중 반드시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해서 “한국바둑은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등 스타들이 있을 때의 시스템이나 사고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운영하고 있는 듯한데 이런 틀을 깨고 변화의 기초가 되는 생태계 환경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바둑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으로 젊은 층과 여성 바둑팬의 유입에 힘을 쏟고 싶다. 바둑경기는 이미 국경을 초월해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바둑외교를 통해서 바둑강국인 한국-중국-일본이 상호 국내기전의 문호를 개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그렇게 하면 바둑에 대한 관심도 또한 더 높아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바둑이 중국바둑에 밀리고 있는 듯한 분위기에 바둑팬들의 걱정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중국바둑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바둑부흥을 통해 전국적으로 영재들이 많이 출현해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강력한 중앙집권적인 운영으로 인해 집중력도 높고 투자력도 높다. 지금 한국바둑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거 이럴 때 천재성 기사가 등장해 극복했는데 국가대표팀을 중심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니 조만간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의 출현에 대해서 과거 프로기사에 대한 절대적 가치와 존경심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부정적인 면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는 세계정상급 기사는 한국, 중국, 일본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의 출현으로 세계정상급 기사가 전세계 어디에서라도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바둑의 세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둑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손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하여 수담(手談)이라고도 불린다. 이에 최근 바둑을 통해서 외교적인 문제를 풀려고 하는 움직임도 많이 일고 있다. 화성에서 열리는 ‘대한민국바둑축제’에서 이창호 9단-추궈홍 주한 중국대사가 짝을 이루어 창하오 9단-노영민 주중 한국대사가 짝을 이루어 화상 페어바둑 대결을 펼치는 것도 경색된 한중관계의 해소에 일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유창혁 총장은 "한중일의 정치적 경제적 고위층 인사들이 바둑을 좋아하다 보니 평소 바둑교류를 통해 우의를 다지고 있는데 이것 또한 바둑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제아마바둑대회에서 북한 선수들과도 경기를 펼치게 되는데 이런 작은 것들이 하나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한국바둑계의 양대 기관인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은 심한 갈등을 빚었다. 유창혁 총장은 서로 협력하며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데 양보와 타협을 바탕으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기원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바둑보급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의 과정은 좋지 않았지만 이후 대한바둑협회와는 함께 가야 하는 관계임에는 틀림없다. 국제바둑연맹(IGF) 회원국도 각 국가마다 1개의 단체가 가입하게 되는데 당연히 대한바둑협회는 통합하여 함께 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후배 프로기사들에게 추천해 줄 만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을 소개해 달라는 주문에 유창혁 총장은 “워낙 바쁘다 보니 독서할 시간이 거의 없는데 몇 년 전에 읽었던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을 추천한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번영과 멸망의 모든 과정에는 그 원인이 있고 징조가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총 15권으로 된 <로마인 이야기>는 거대한 로마역사의 시공을 관통한 고대 1천년의 흥망성쇠를 통해 20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지혜를 가르쳐주는 지침서로 평가 받는 베스트셀러다.

그는 바둑팬들에게 인사 한마디를 해달라는 요청에 “행정 전문가는 아니지만 열심히 하고 있는 상황이며, 올해 보다는 내년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중책을 맡고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할 것이니 응원과 질책을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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