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선발로 나오지 않았을 때만 해도 NC 다이노스가 플레이오프 생각이 너무 앞선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많았다. 김경문 NC 감독은 비로 하루 순연된 4차전에서 해커를 내지 않고 최금강을 냈고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이 때문에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러야만 했고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도 미궁으로 빠졌다.
하지만 해커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공룡 에이스는 김경문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비록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는 나서지 못하게 됐지만 해커가 NC를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해커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6⅓이닝 동안 안타 4개와 볼넷 2개만을 내주고 8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해커의 역투 속에 NC는 9-0 완승을 거두고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만나게 됐다. 해커는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해커는 지난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1실점 호투했다. 비록 김진성이 박헌도에게 8회말 동점 솔로홈런을 허용하면서 2-2 동점이 되는 바람에 승리투수 기록이 날아갔지만 NC의 연장 11회초 빅이닝으로 9-2로 이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해커는 두산과 플레이오프 또는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만 집중했다. 김경문 감독이 4차전에 등판할 수 있겠느냐고 문의했지만 오직 5차전에만 신경쓰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몇몇 팬들은 "해커가 너무 이기적인 것이 아니냐"고 했지만 해커는 자신의 진가를 십분 발휘했다.
첫 타자 전준우에게 안타를 내주고 1회말부터 2사 1, 2루 위기를 맞았지만 박헌도를 범타 처리한 해커는 2회말 2사부터 4회말 1사까지 8타자 연속 범타로 처리했다. 5회초 7점을 뽑으면서 순식간에 NC가 기선을 제압한 것도 해커의 역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해커는 5회말 1사후 볼넷과 연속 안타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손아섭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한 뒤 최준석을 스트라이크 낫 아웃으로 잡아냈다. NC의 빅이닝과 1사 만루에서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한 롯데의 5회가 이날 경기의 분수령이었다.
6회말도 삼자범퇴로 막은 해커는 7회말 강민호에게 마지막 삼진을 잡아낸 뒤 마운드를 이민호에게 넘겼다. 이미 7점차였기 때문에 104개의 공을 던진 해커가 마음놓고 마운드에서 내려갈 수 있었다.
NC는 비록 해커를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쓸 수 없게 됐지만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릴 3차전이 20일에 열리기 때문에 등판 가능하다. 롯데 타선을 완벽히 해킹한 해커의 '해킹 투구'가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두산과 포스트시즌에서 2년 연속 무릎을 꿇었던 NC이기에 공룡 에이스 해커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