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 서상우, LG 유망주 잔혹사 반전되나

‘4번 타자’ 서상우, LG 유망주 잔혹사 반전되나

  • 기자명 윤세호 기자
  • 입력 2015.09.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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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윤세호 기자] LG 트윈스는 약 10년 동안 국가대표 야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2006 WBC에서 박용택이 태극마크를 단 이후 수차례 국가대항전에서 LG 출신 야수는 전무한 상태다. 이진영이 2009 WBC부터 2013 WBC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했으나 이진영은 2008년 겨울 FA 계약을 통해 LG 유니폼을 입었다. LG가 키운 선수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선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이용규와 박병호처럼 LG를 떠난 후 잠재력을 터뜨린 선수가 많다는 점이다.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매년 수많은 유망주를 뽑았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주전 유격수로 확고히 자리 잡은 오지환을 제외하면, 수많은 신예 야수들이 반짝하는 데 그쳤다.


현재 LG는 좌타자 서상우(26)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서상우는 6월 중순 1군 콜업 후 46경기서 타율 3할5푼8리 3홈런 16타점 OPS 0.908을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4번 지명타자로 매 경기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린다. 멀티히트로 활약하다가 무안타로 침묵하기도 하지만, 양상문 감독과 서용빈 타격코치는 남은 시즌 꾸준히 서상우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다.


물론 기회가 성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난 몇 년 만 봐도 그렇다. 2013시즌에는 김용의와 문선재가, 2014시즌에는 채은성이 주축 선수로 떠오르다가 벽을 넘지 못했다. 세 선수 모두 상대 배터리의 집중공략을 이겨내는 데 실패했다. 올 시즌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셋 중 한 명이 주축 외야수로 도약하는 그림을 그렸지만, 채은성만 1군에 있다. 문선재와 김용의는 이천에서 재정비 중이다.


서상우 역시 수많은 물음표와 마주하고 있다. 일단 수비 포지션이 없는 만큼, 타격에서 돋보여야만 한다. 고무적인 것은 좌측으로 향하는 타구가 동반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 투수의 바깥쪽 공을 밀어치려 한다. 지난 13일 광주 KIA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으나, 밀어서 강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강점인 몸쪽공 공략을 유지하되, 상대 배터리가 약점을 파고 들자 쉽게 물러서지 않고 있다. 4번 타순에 대한 부담도 없다. 타순과 관계없이 자신의 스윙을 그대로 가져간다.


서용빈 타격코치는 서상우에 대해 “상우와는 2군 시절부터 함께 했다. 당시 우리는 장타력에 매력을 느끼고 상우를 지명했었다. 포수로서는 큰 장점이 없었다. 타격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수비는 외야수를 보게 했었다”며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상우의 최대 장점은 꾸준함이다. 한 번 가르쳐 준 것을 꾸준히 가져가려고 한다. 요즘에는 이런저런 유혹이 많다. 우리 때는 기껏해야 신문에 실린 연속사진이 다였다. 그런데 이제는 메이저리그를 비롯해 뛰어난 타자들의 타격 영상을 다 볼 수 있다. 어린 선수들의 경우, 조금 고전하면 잘하는 타자들의 타격폼을 따라하면서 변화를 준다. 그런데 이러다가 자기 것을 갖추지 못하고 이도저도 아닌 타자로 머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 코치는 “타격에도 성장 단계가 있다. 단계를 하나씩 밟아가면서 선수가 느끼는 게 중요하다. 왜 인앤아웃 스윙이 되어야하고, 인앤아웃 스윙이 되고 나서는 어떤 것을 보강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상우는 다른 것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씩 따라오고 있다. 신인시절 2군에서 배웠던 것과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이 계단 오르듯 이뤄지는 중이다”고 전했다.


덧붙여 서 코치는 “좌투수가 나왔을 때 선발 출장시키지 않았던 것도 여기에 있었다. 하루 잘하다가도 다음날 무안타로 침묵하면, 그대로 떨어질 수 있다. 계속 잘하다가도 하루 안 되면 안 된 것만 생각하게 된다. 성장 과정에서 괜히 변화를 주다가 장점마저 잃어버린다”며 “이제는 어느 정도 단계를 밟았다. 또한 강한 투수와 맞붙으면서 느끼는 것도 필요하다. 잘하는 날도, 못하는 날도 있겠지만, 선수가 올라서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여전히 상우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양상문 감독 또한 “타자는 기본적으로 200, 300타석은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그 타자에 대한 확실한 평가를 할 수 있다. 작년 우리의 경우는 (채)은성이가 150타석까지는 참 좋았다”며 “미국을 보면 마이너리그에서 700경기 2000타석 이상을 소화해야 제대로 평가를 하고 메이저리그로 올릴지도 결정한다. 우리도 700경기까지는 아니지만 500경기 1000타석 이상은 해봐야 안다. 지금 우리 선수들도 타석수가 쌓여가면서 어려움을 겪는데 그렇다고 뺄 수는 없다. 직접 어려움을 겪고 이겨내야 한 단계 발전한다”고 했다. 서상우는 올 시즌 46경기 130타석, 1군 무대 통산으로는 52경기 140타석을 소화 중이다.


LG가 좀처럼 야수 유망주를 키우지 못한 데에는 시스템 문제가 컸다. 잦은 감독·코칭스태프 교체로 인해 어린타자들은 매번 타격 폼만 바꾸다가 자신의 타격을 잃어버렸다. 지난해 7월까지 사용했던 구리 시설의 인프라도 형편없었다. 겨울에는 비좁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타격연습과 내야수비 연습을 했고, 숙소와 연습장과의 거리도 떨어져있었다. 밤에 자율훈련을 하려면 숙소서 차를 타고 연습장까지 이동해야 했다. 과정 없이 성공만 바라봤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육성 없는 프로구단은 존재할 수 없다. 지난해 여름 LG는 그룹의 지원을 받아 이천에 최신·최대 시설을 열었다. 한 겨울에도 모든 종류의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대형실내연습장이 숙소와 연결되어 있다. 재활시설부터 트레이닝룸까지 없는 게 없다. 메이저리그 구단 스프링 트레이닝 시설과 비교해도 나으면 나았지 떨어지지 않는다.


LG 2군 타자들을 지도하고 있는 신경식 코치는 지난 2월 “이천 효과가 확실히 크다. 작년 신인보다 올해 신인들의 성장속도가 훨씬 빠르다. 불과 몇 개월 차이인데 놀라운 일이다”고 말했다. 당시 신 코치는 양석환과 안익훈을 2015시즌 1군으로 올라설 선수로 예상했고, 현재 둘 다 1군에서 뛰고 있다.


LG는 어느 팀보다 빠르게 2016시즌을 준비 중이다. 적극적으로 신예선수들을 기용하고 있으며, 리빌딩의 중심에는 서상우가 자리하고 있다. 서상우는 시즌 후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에서 1루 수비와 타격 향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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