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유리로 들어선 지 32일 째에 장로의 손녀딸은, “여보 스님, 밤에 난 꿈을 꾸었더랍니다”라며 그에게 간밤에 꾼 꿈에 대해 서두를 꺼냈다. 300쪽)“그것은 너무도 아름다운 광경이어서, 눈으로 볼 것이지 말로 해버려서는 안 될 것이에요. 글쎄 말로 해버리면 말예요, 당신이 아주 작고 예쁜 배에 타고 말예요, 하늘을 헤쳐나가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 배를 말예요, 한 마리의 갈매기 같은 독수리가, 일곱 색깔쯤으로나 보이는 끈을 목에 매고 날아가며, 끌고 가더라는, 그냥 이런 이야기나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과 장로의 손녀딸, 촛불중과 목사의 환속한 딸내미까지 합쳐 네 명이 저녁밥상 앞에 둘러앉았다. 주인공에게는 어쩌면 이 저녁이 ‘최후의 만찬’이 되리라. 그가 먹을 때에 그의 ‘자상한 계집’이 시중을 들어주었다. 목사의 딸내미는 ‘물 만난 고기 마냥’ 쉴 새 없이 종알거리고 있었으나, 정작 주인공과 그녀, 촛불중은 말 한 마디도 나누지 못한 채 침묵하고 있었다.촛불중이 식사를 마치고 부스럭 거리며 일어서려고 하자, 주인공은 이 때다 싶어 손을 휘저어 주의를 그에게 기울이게 했다. 촛불중이 재빨리 그의 뜻을 알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이제는 ‘음부와 자궁으로써만’ 확인되는 장로의 손녀딸이 그저 “인천지수선(人天地水仙)의 암놈들, 우주에 편재한 암컷, 일반적인 암놈”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291쪽)그 때 그녀가 그에게 “나는 당신의 죽음을 초롱히 지켜볼 것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물수건에 비누를 묻혀 그의 몸을 골고루 닦아주며, 양치질도 시킨 뒤, “나는, 한번 실컷 울 것이에요 서방님, 내가 당신을 죽여버리게 될 것이에요.”라고도 했다. 그 후 그녀는 그에게 장옷을 입히고, 자기도 장옷을 입는 것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의 에 나오는 네 명의 여성들(주인공의 엄니, 유리의 수도녀, 읍내 장로의 손녀딸, 그리고 순교한 목사의 딸)은 매장(무덤)으로써의 자궁과 새 생명의 산실(産室)로서의 자궁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네 명의 여성들 모두 남성성을 향한 에로스(Eros: 그리스 신화의 사랑의 신, 사랑을 통한 생명의 응집과 통일의 본능)적인 욕망과 타나토스(Thanatos: 그리스 신화의 죽음의 신, 파괴와 죽음의 본능)적인 욕망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신약 성서인 요한복음 12:24-26에는 "한 알의 밀알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계집(장로의 손녀딸)과의 정사를 통해 육신의 급진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그는 그의 몸 전체가 처음에 색념이었다가, 다음엔 색근으로 변해져, 색근이 아닌 다른 몸으로서의 몸은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 290쪽)그는 말을 잃고, 시력을 잃은 후에야 비로소 생각은 곧장 전신(轉身)을 치르고, 새 형태로서의 ‘언어’를 이뤄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드디어 그는 복귀된 귀, 재생된 감각을 가진, 하나의 염태(念態)로서 변모된 자신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그와 그녀는 그가 유리로 들어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의 에서 주인공이 불모지인 유리의 마른 늪에서 (물)고기를 낚는 행위는 중세 성배 신화에 나오는 ‘어부왕’ 신화를 차용한 것이다.사람을 낚되, 하나의 죽음을 통해 생명을 낚으려는 것이 그 목적이므로, 그 결과에 있어 고기와 생명은 같다. 그것은 세례, 또는 던져지기와 매장, 또는 자궁 가운데로 들어서야만 재생을 가능시키는 용(用)이므로, 남근(男根)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므로 생명과 고기와 남근은 같다.어부왕(漁夫王, Fisher King)은 중세의 ‘성배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승철 기자] 스포츠경제 종합일간지를 표방하는 은 사세 확장에 따라 본사 기자 및 수도권, 영호남, 충청 등 권역별 취재본부에서 활동할 유능하고 진취적인 신입, 경력사원을 공개모집한다. 인사담당 관계자는 “데일리스포츠한국은 국내 일간지 중 유일하게 매일 생활스포츠 고정면을 통해 전국의 생활스포츠를 생생하게 취재 보도하고, 매일 테마가 다른 식품・의료건강・유통생활・IT・자동차・경제일반 등 비즈면의 생생한 뉴스를 실시간으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그녀와의 사랑의 행위로 말미암아 피부의 원시성과 감각의 재생 및 촉각의 유아성을 회복했다. 그는 계집의 손가락이 그저 의미 없이 그의 무릎을 스쳐도 그것이 그의 혼까지를 뒤흔드는 간지러움으로 변한다는 것을 자각했다. 그런데 그에게 그러한 스침이 도발해내는 아픔이란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 288쪽)그것은 그에게 그렇게나 아리고 뜨거운 것이어서, 비명을 질러내게 하며, 몸을 뒤꼬아 대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또한 그가 암컷이라고 느껴지는 피부에 ‘열예(悅豫: 열락, 유한한 욕구를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피부가 느끼는 소리까지 더해진 감각의, 감촉의 두려움이 자신의 육체에서 일깨워 진 것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이 상태는 계집(장로의 손녀딸)과의 수분의 여수 중에 갑자기 자각된 것이다. 그에게 피부를 통해 오는 모든 느낌 또한 깊고 넓으며, 두려운 것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느낄 수 있는 피부란 하나의 바다라고 불러야 할 것만 같았다. 바다는 그에게 매순간 처녀다우며, 어머니답게 또한 포용적인 것이었으니.! ( 288쪽)그는 피부의 원시성, 감각의 재생과 촉각의 유아성을 경험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동안 그녀의 아비(유리의 판관)가 그에게서 빼앗아 간 눈 대신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깊은 아름다움을 느끼며, 빙근(氷根)다운 비애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품에 감싸며, 무엇이든 잡히는 것으로 저 온기스런 서러운 알몸을 포근히 덮어 주었다. 그랬더니 오래잖아 쌔근쌔근 잠자는 것이었다. ( 285쪽)그는 “빛이며 말에의 보챔으로, 도대체 잠잠치 못하는 혼”을, 그의 품안에서 “깊고도 고요한 잠 위에 붙들어 매놓고”, 가만히 있어 보았다. (285쪽 말미-
[데일리스포츠한국] 장로의 손녀딸은 “글쎄, 저 목욕 끝낸, 짐승 같은 사내의, 야만스러움에 움켜잡혀져 상처를 입고 싶어서, 난 늘 가슴이 미어지고 있었거든요.”라고 하면서 자신이 죽은 수도녀를 몹시도 질투하고 있었다고 주인공에게 고백했다. ( 282쪽)“글세쎄 전 질투했답니다. 그 꿈이 비롯된 때부터 더욱더 심해졌는지는 몰라도요, 그 여자의 망혼까지도 저승에서 버림받아지기를 바란답니다. 저는 이렇게까지도 악하게 된 것이에요. (중략) 독약을 먹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는요, (중략) 왠지 기쁜 듯 하면서두요,
[데일리스포츠한국] “개밥 주는 별(금성: 저녁나절 서쪽 하늘에 금성이 나타나면 개가 밥 주기를 기다리는 때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벌써, 저 탁한 하늘에 떠올라 있어요” 그녀가 그에게 한 첫 이야기는 그것이었다. 그녀가 그에게 두 번째로 건넨 말은 “돌아가면 이제 난 한번 실컷 울려고 한답니다”였다. ( 280쪽)그는 오열로 인해 떨리는 그녀의 음성을 들으며, 어렴풋하게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변방 관리로 간 낭군께 인편으로 보내는 아낙의 소식” 같다고 생각했다. (281쪽)그녀는 “이 저녁엔 아무도 오
[데일리스포츠한국] 앙금된 눈물이 주인공의 눈에서 흘러 시력을 잃어 암흑이 되어 버린 그의 눈을 번들거리게 했다. 그는 “살을 입은 슬픔, 그 배꼽에서 줄기를 빼올려 피우는, 저 번뇌의 흙탕 아래 도사린 몸, 업, 업이다, 업이다, 어비다, 어비다, 어버이다. 그래서 나 세상의 아들, 우니노라, 이 바람 찬 세상, 눈에 먼지 끼얹으며 우니노라, 우니노라”라고 탄식했다. ( 277쪽)그 때, 촛불중이 웬 낯선 여인(읍내 교회의 죽은 목사의 딸)하고 다가와 둘이서 떠들썩거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자신이 결국 ‘썩어지고 흩어질녀러 것인 목숨’을 가지고, 어떻게나 허잘데 없이도 목숨에 집착하며, 어떻게나 비겁하며 나약한가를 생각했다.그는 “껍질 벗기운 몸으로 세상 빛 아파하는 나는, 차라리 벌렐레라”하고 자책했다. “벌렐레라. 생명에의 집착은 독사 같은 것일레라. 잘라도 잘라도 그 목이 돋아나는 독사같은 것일레라. (증략) 꼬리를 땅에 박고, 천의 죽순처럼 돋아 있는 독사의 죽림(竹林)일레라. 그래서 그 독아에 한 번 물리면, 끝없는 갈증과 허기로 이 세상을 황급히, 주리를 틀며 뛰어다니게 하지만,
[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의 노파답게 자상스러운 마음씀과 사미답게 겸손하고 따뜻한 손놀림은 주인공에게 어쩐지 어색하고 불편했다. 하루아침에 낯선 사내가 된 촛불중의 행동을 그로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한 노릇이었다.그는 다른 건 다 잊어버린다 해도, 한 천애 고아였던 계집을 모질게 강간하고, 또 어쨌든 이웃사촌 중이었던 한 돌중의 눈에 비상 섞인 촛농을 떨어뜨릴 수 있었던 그 사내를 어쩐지 증오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의 숨통을 틀어막아야 할 터인데, 어째선지 그런 감정이 북받쳐오르지 않는 것이다. (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자신에게 “빛깔이며 색깔이며 형상이며를 분별하던” 저 안구가 파괴되어버렸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리하여 내 자신만의 더 많은 내광(內光)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고 자위했다.( 270쪽 말미-271쪽 초입)그는 그러므로 저러한 파괴 위에서 명상하고 정진하며, 정액처럼 진하고 순수히 괴어드는 말이며 빛을, 하나의 내인(內人)으로 존경하고, 소멸 속으로 나아가서도 오히려 더 살이 굳어지는, 금(金)을 성취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271쪽)그럼에도 그는 어쩔 수 없이, 빛에의, 말에
[데일리스포츠한국] 완전히 시력을 잃은 주인공은, 저 안구의 조화란 너무도 엷고, 너무도 섬약하며, 너무도 가늘어서 완전과 불완전의, 암수 소가 나뉘어서 갇힌, 두 우리 가운데 있는 한 겹 창호지 칸막이 같을 것인 바, 저 숫소는 너무나 거칠어 아직 누구도 코뚜레를 씌워보지 못했으며, 저 암소는 새끼에의 소망으로 발정돼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 269쪽)이어 그는 주관론적 논리에 자신이 자꾸 항복되어 가는 상태를 발견하고 ‘장한몽’을 떠올렸다. 그는 ‘존재란 덧없고, 실제가 아니며 허상이어서, 색과 공이 다
[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은 그 사건이 있은 직후부터 자신도 모르게 주인공을 향한 열패감으로 말미암아 항상 루저(loser)가 된 기분을 가슴 에 끌어안고 살고 있었다. 하야, 촛불중은 주인공에게, “그 사 내 앞에서 난 늘 패한 느낌이었습지. 한 번쯤 이기길 바랬습지” 라고 고백하는 것이었다. ( 267쪽)촛불중의 고백으로 미루어, 촛불중은 주인공을 향한 연모 와 동시에 증오의 양가감정(ambivalence)을 가졌던 것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감정에 패배의식이 더해져 주인공을 향 한 살욕으로 전환되었던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유리로 들어온 지 30일째가 되는 날, 촛불중은 주인공의 저 광명스러운 눈에다 예형을 과하는 재미를 흠뻑 즐겼음을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흐흐으, 아 즐겼습지, 즐겼습지, 그렇습지, 재미가 있었습지. (중략)대사의 정신은 떠나고 없었습지. 숨도 쉬는 듯하지 않았으며, 맥도 뛰는 듯하지 않았습지. 그건 거의 완사(完死) 상태라고 해도 좋았습지. 헤헤헤, 그래도 그 눈으로 눈물이 어리고 들었었으니, 생명이 떠나버린 것 아니었었습지. (중략)소승이 그렇습지, 한 방울의 촛농을 말입지, 대사의 눈썹을 끄슬릴 그
[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은 주인공에게 중이란 적어도 자기의 이를 도와, 혀를 놀려 거짓을 말해서는 안 되는 어떤 것이라며, 자기를 속이는 일은 아마도 그중 비참한 환속일 거라고도 했다.( 257쪽)촛불중은 주인공에게 재차 그 서류를 들고만 있지 말고 대사의 전생명과 직결된 것이니 좀 읽어보라고 종용했다. 그러며 촛불중은 이 서류는 초대 읍장과, 유리의 삼조 촌장간에서 꾸며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그날 밤 촛불중은 주인공에게 예형을 집행하려고 온 것이다. 그는 주인공에게, “소승은 이제 대사께 예형을 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