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당시 ‘열두 살’이었던 그와 ‘두 번이나’ 과부와 그의 스승이 혈루병자의 7일 장을 치러 주었다. 그의 장례식에는 그들을 제외하고는 개 한 마리의 문상도 없었다.그는 유리의 초입에 들어서며 다시 혈루병자의 죽음으로부터 파생되어 ‘장소로부터 도망치며 어쩔 수 없이 장소로 드는 죽음, 습속으로부터 계속하여 떠나가며 그 습속 속에서 죽은 죽음’을 떠올린다.그의 가슴 저 한 켠에서는 애써 묻어 두었던 그의 수치스럽고 경이로운 출생에 대한 기억이 봉곳이 솟아오른다.그의 시야에 닿은 저기만쯤이 유리이지 싶은 들은 어쩐지 주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나이가 서른세 살이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회자정리’를 경험한다. 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있으리니, 온갖 정과 회포를 벗어던질 지어다. 모든 것이 덧없음이라!주인공이 보기에 그의 스승은 ‘꽃 위에 앉은 한 바위’처럼, 항마좌인 채 소롯해져 버린 것 같았다. 그는 그의 스승이 “어쨌든 유리로 떠나란 말야"라고 했던 말과 “다만, 나로부터 떠나란 말이지. 옴마니팟메훔”이라고 했던 말들을 차례로 떠올렸다.주인공에게 윤회며 재생은, ‘가장 두려운 그러나 타도해버려야 할 적’임이 분명했다. 그는 이 질긴 윤
[데일리스포츠한국] ‘아버지라고 불러주었어야 마땅했을, 그 괴팍하고 늙은 스승’은 주인공에게 종교적인 수행과 고행의 육화(肉化)를 통해 ‘각(覺)’의 ‘반야지(般若智, Banyaji)’를 얻으라고 주문한 것이다.실용 한-영 불교사전에 의하면, 반야지란 ‘보살행의 이상인 동시에 욱바라밀의 하나로, 대승불교에 있어서 법(法)의 참다운 이치를 완전히 체득함’을 이른다.나는 박상륭이 표현한, “읍이나 촌락들은, 뱀이 삼킨 통계란 모양” 혹은 “길을 꾸리 감아 가고 있는 것”, 또는 “길이 그를 삼켜, 길 속으로 어디로 뚫려진 곳으로 음험스
[데일리스포츠한국] 유리로 가는 행로 초입의 “떠들어가는 길” 위에 있던 주인공에게 “떠나는 길” 위의 그 늙은 중의 죽음은 “어쩐지 내가 죽은 얼굴”을 상기시킨다.이처럼 한 죽음이 새로운 생명을 토해내는 재생의 이미지는 한국 샤머니즘의 반복되는 신화의 모티브이다. 평론가 임우기가 이라는 글에서도 이미 말했듯이, 에서 주인공의 관념적인 죽음이야말로, 박상륭이 영원한 지혜와 삶을 획득하기 위한 생명의 언어, 즉 언령(言靈)으로 쓴 “신화적 체계 완성을 위한 의도된 죽음”이다.주인공이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40일간 거주했던 불모지 ‘유리’라는 공간은 그 한자가 말해주듯이 ‘사람을 유인하고, 인도하는 마을’이다.그 곳은 서른 세 살이었던 예수가 40일간 황야에서 고행한 장소와 대비되는 공간이다.유리는 ‘습기를 그리워하기 시작하면 병’이 되고, 그 병이 시작되면 참기 어려워지는 형벌의 장소인 동시에 타인을 살해한 무거운 죄의식을 가진 자가 인고의 삶을 견디고, 승화해 내어야 만이 죄의 사함과 영혼의 구원을 받는 장소이다. 한국 샤머니즘의 저승이 죽음의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이듯이.운명의 덫에 걸린 주인공은 이
[데일리스포츠한국] 며칠 전 나는 힘겹게 박상륭의 문장을 읽어내며 이 소설의 화자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리직톤(Erysichthon)을 동 일시하게 되었다. 왜일까? 그것은 “삼천대천 세계를 다 삼키 고도 배가 고파 허리가 휘인, 그런 늙은이들”이라는 문구 때 문이었으리라. 세상에나! 보아구렁이도 아니고, 우주 사람 만상의 지혜를 다 삼키고도 배가 고픈 노인네들은 도대체 뭣 하는 중생이란 말인가?그리스의 신화 속의 인물 에리직톤은 그리스어로 ‘땅을 쪼 개는 자’라는 뜻이다. 그는 테살리엔의 왕 트리오파스의 아들 인데, 신에 대한
[데일리스포츠한국] 단언컨대, 한국 문학사에서 박상륭 만큼 삶과 죽음에 천착한 작가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크나큰 시련과 질병의 저주스런 순환기’였던 1997년을 절반이나 넘겨 8월 28일에 나랏무당 김금화 선생으로부터 신내림굿을 받고 무당으로 입무했다.이 과정은 그야말로 생과 사를 관통하는 모진 것이었다. 나는 죽음과 삶의 너른 공간을 고장 난 시계추처럼 지난하게 넘나들었다. 이 때 나는 박상륭의 책 를 만났다. 누가 그랬던가? 책을 만난다는 것은 그 시기의 깊은 시절 인연을 만나는 것이라고.왜냐? 그
[데일리스포츠한국] 임사체험자는 (근사) 죽음을 통해 새로이 거듭남을 경험한 후 신과 사랑, 사후 세계 및 우리가 존재하며 살아가는 이유를 깨닫는다.그들은 일관되게 살아오는 동안 경험한 고통을 이해하고, 타인에 대한 관용을 배우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같은 경험은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말처럼 ‘믿음의 문제’에서 ‘앎의 문제’로의 극적인 의식의 전환을 일으킨다.임사체험은 신념과 가치평가의 기준과 행동 양식 및 믿음의 변화를 특징으로 하며, 이를 계기로 영적인 성장을 가속화 할 가능성이 있다.오메가 프로젝트(The Omega Pro
[데일리스포츠한국] 독일 울름대학병원의 병원장이자 교수였던 폴커 파우스트(Volker Faust: 1941-)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육체적인 질병과 중추신경계(대부분은 뇌의 확정된 구조의 문제에 기인)의 장애가 원인이 되어 정서적인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수용하기를 꺼려한다고 말했다.그는 전문가들은 즐거움과 우울감, 들뜬 기분, 활동성과 창의성, 혹은 냉담함(무관심)이나 의욕상실과 같은 상이한 정서들을 어떻게 상상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우리는 생화학적인 천성을 가진 자연인이기에 삶에 있어서 나타나는 모든 것은 그
[데일리스포츠한국] 국제 임사체험 연구재단(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Near-Death Studies)의 독일 분과장이자 하이델베르크의 정신과 의사인 미카엘 슈뢰터-쿤하르트 박사는 임사체험을 경험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심정지 상태의 환자였지만 그 외에도 심장마비, 뇌졸중, 자살 시도, 감염으로 인한 죽음, 교통사고, 낙상사고 등의 환자들에게서 종종 임사체험을 관찰했다고 한다.독일에서 임사체험(NDEs: near death experiences)을 경험한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대략 5% 정도이고, 그
[데일리스포츠한국]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며, 분석심리학자인 칼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은 아니엘라 야훼에게 그의 전 생애를 구술해 기록하고 정리하게 했다. 이 책이 바로 이다. 그는 1944년 발에 골절상을 입었고, 연이어 심근경색을 일으켰는데 이 때 그는 의식의 소실 상태에서 섬망과 환상을 경험했다. 책에는 융이 죽음의 위험 속을 헤매고 있을 때의 경험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나는 마치 우주 공간 안의 높은 곳 위에 부유하는 것 같았다. 내
[데일리스포츠한국] 최준식의 라는 책에 의하면 현재 진행 중인 사후생에 관한 연구는 다음의 3가지 단계로 구분된다.1. 단순하게 사후생이 존재한다고만 인정하는 단계2. 사후생이 운용되는 원리나 법칙을 인정하고 그것을 연구하는 단계3. 인간의 환생설을 인정하고 그 원리를 탐구하는 단계을 출간한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Elisabeth Kuebler-Ross: 1926-2004)는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을 경험한 환자들과의 대화를 기초로 하여 ‘죽음
[데일리스포츠한국] 베르베르는 주인공인 가브리엘을 마흔 두 살의 작가로 그리고 있다. 그는 현재 산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닌 어중간한 과도기 상태인 그야말로 ‘하위 아스트랄계(astral plane)’에 머물러 있다.그는 몇 초 만에 “충격, 부정, 분노, 타협, 슬픔, 체념, 수용”이라는 “죽음의 일곱 단계”를 겪는다. 그의 “목소리에 공명이 남아” 있어 그는 각각의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떠돌이 영혼에게서 발산하는 초저주파음”으로 대상을 알 수 없는 욕설을 퍼붓는다. 뒤늦게야 그는 “정신을 감싸는 껍데기(육신)를
[데일리스포츠한국] 사이언스픽션인 초기작 로 한국인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신작 이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이를 계기로 그가 한국을 방문했다.베르베르는 샤머니즘적 세계관이 투영된 신화적 상상력을 기초로 화자이자 작가인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와 영매인 뤼시 필리피니를 등장시켜 죽음 직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사후 영혼이 된 가브리엘은 죽은 뒤에 “물질의 몸이 아닌 영체(psychic body)”가 되어 잠에서 깨어나 몸을 벌떡 일으켜
[데일리스포츠한국] 무조인 바리공주는 홀로 남겨진 망자의 영혼을 깨끗이 닦아내고, 그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벗긴 후 저승으로 인도하며 다음의 신가를 부른다.밝은 길은 시왕길이요 넓고도 어둔 길은 칼산지옥좁고도 밝은 길은 찾아가면 개똥밭이 유리되고황모란 백모란 철쭉 진달래 노간주 상나무 맨드라미 봉숭아엉크러지고 뒤틀어졌으니 꽃까지 꺾지 말고마늘 밭에 밟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시왕세계 삼삼구품 연하대 시연으로왕생극락하소사 (서울 새우젓집본)바리공주는 이승의 미련을 버린 망자를 인도해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인 망각의 강을 건넌다. 망자는
[데일리스포츠한국] “양마마님께 투서 찍고 여섯 형님 하직하고궁합문을 썩 나서니 동서를 분간키 어렵더라우여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데로 까막까치 인도하는 대로약수삼천리를 가셨더라”위는 1996년 서울새남굿 보존회가 발간한 의 말미에 나오는 바리공주 신가의 일부이다.바리공주 신가는 바리공주가 죽어가는 부모님을 살리는 영약을 구하기 위해 저승길에 오르는 이야기로 시작되어 결국에는 만신의 몸주인 무조가 되는 일련의 과정을 노래한 서사 신가이다. 우리는 그녀가 저승에서 겪는 일련의 고행을 무당으로 입무하기 위한 과정에
[데일리스포츠한국] 바리공주의 서울본 중에는 노량진의 한 무가에서 소장하고 있는 ‘성신말법(聖神語法)’이라는 필사본이 있다. 이 문서에는 “바리공주는 무상선(無上仙)에게 시집가 일곱 아들을 대동하고 영약(靈藥)을 가지고 와서, 이미 죽은 아버지를 회생시켰다”고 되어 있다.현존하는 바리공주 문서의 줄거리는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어느 지역, 어떤 문서이건 간에 대략 아래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1. 바리공주의 탄생과 버려짐2. 바리공주가 죽어가는 부모를 살리는 약을 구하기 위해 저승에서 온갖 고난과 고초를 겪는 이야기3.
[데일리스포츠한국] 대모신의 ‘한국형 농경문화의 원형’인 바리공주 신화는 바리공주가 저승이라는 내적인 여행을 통해 영적인 성장을 이루는 서사의 메타포이다. 바리공주는 버려짐을 경험하면서도 죽어가는 부모를 살린다는 약수를 구하기 위해 저승에서의 긴 인종의 세월을 겪으며 종국에는 죽은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권능을 가진 신적인 존재로 성장한다. 그녀는 만신의 몸주인 무당의 어머니이자 ‘상처 입은 영혼의 치유사’로서 자애와 모성,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두루 겸비한 자기희생적인 치유사의 전형이다.샤머니즘적인 전통에서 이런 자질을 갖춘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울. 경기 지역의 와 제주도의 의 주인공인 ‘바리’와 제주의 ‘강림’은 망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남성과 여성 무조이다. 두 개의 샤머니즘 신화는 한국의 대표적인 죽음관과 사후 세계를 그리고 있는데, 두 명의 신령 모두 이승과 저승을 자유자재로 왕래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두 개의 서사신가를 통해 샤머니즘의 저승이 죽음의 공간일 뿐 아니라 삶의 공간, 특히 생명을 살리고 치유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진오귀굿의 에 나오는 바리공주 신가에서 바리
[데일리스포츠한국] 우리 옛 이야기의 삼신할미(제주: 삼승할망)는 서천 꽃밭에 있는 꽃의 빛깔로 아기들을 점지하고, 그 아기가 15살이 될 때까지 보살펴 주는 신격이다. 푸른 꽃은 아들을 점지하고, 하얀 꽃은 딸을, 붉은 꽃은 장수를 하게하고, 검은 꽃은 일찍 죽게 하며, 노란 꽃은 여러 사람들을 위하는 꽃이다.서천꽃밭은 살아서는 들어갈 수 없는 한국의 샤머니즘의 여러 저승 중 하나로 이승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멀고도 험난한 곳이다. 망자는 저승의 시왕에게 가기 위해 바리공주의 인도로 굽이굽이 펼쳐진 산을 넘고 들을 지나 물을 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