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은 45쪽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어 “여호아와 예수는 동일신”이라고 전제하고, “이 문제는 곧장 삼위일체의 문제를 고려케 한다.”고 썼다. 이어 그는 두 가지 특성으로 삼위일체를 규정했는데, 그 하나가 ‘현현(顯現) 삼위일체’요, 다른 하나는 ‘본질적 삼위일체’다. 현현 삼위일체는 “여호아가 셋의 모습으로 역사에 군림한 것”이고, 본질적 삼위일체는 신은 하나이면서 세 분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박상륭은 ‘여호아와 예수는 동일신’이라는 것을 논증하려고 몇 개의 성서 기록을 인
[데일리스포츠한국] 야훼는 양기와 양령, 성령과 양신의 대명사인 영체(靈體)이다. ‘고독한 양력(陽力)’인 야훼는 홀로 기능할 수 없는 남성적 에너지의 근원적 상징이다.그는 ‘인육(人肉)을 획득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자궁(영원한 모성)을 필요로 했다. 이것은 남성적 영혼인 아니무스(Animus)가 소피아와 동정녀 마리아로 대표되는 여성적인 영혼인 아니마(Anima)와의 영적인 결합을 의미한다.박상륭의 표현을 빌자면,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결합은 “동정녀에게 아무 상처를 입히지 않고라도, 그녀의 태속으로 섭리해드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륭은 주인공이 장로 댁 집회의 강연에서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라고 기록되어 있는 창세기 2;4절(, 37쪽)과 소피아에 관한 성서의 잠언 8:22절-31절(43쪽-44쪽)을 인용했다.“(그가) 그 조화(造化)의 시작, 곧 태초에 일하시기 전에 나(지혜)를 가지셨으며, 만세 전부터, 상고(上古)로부터, 땅이 생기기 전부터, 내가 세움을 입었나니, (중략)또 땅의 기초를 정하실 때에 내가 그 곁에 있어서 창조자가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장로 댁 집회에서 강연할 때 잠시 선악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다음은 박상륭의 30쪽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다.“아담이란 그리고 사람이란 뜻이라고 하니, 사람이야말로 그 가장 비극적인 존재였던 것입니다. 이 비극은 그리고 저 실과 맛으로 하여, 사람의 눈이 밝아져, 신처럼 되어졌던 그때부터 시작된 것입니다”박상륭은 주인공의 입을 빌어 아담이 선악과를 취함으로써 자기의 필멸성과, 생명의 한계”를 깨달았고, 이로 인해 그가 ‘정신적으로 고양’됨에 따라 죽음에 대한 공
[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은 침묵하며 한참이나 석등을 바라보다가 주인공에게 다시 “아시겠지만입지 소승은, 오늘 밤 중으로 말입지, 안개비와 수도부들의 고장으로 떠나게 되었습지. 읍엘 오면 말입지, 언제나 돌아가기가 싫습지. 스님도 마찬가지겠습지. 그러나 돌아갈 곳이란 거기밖에는 없으니 말입지, 소승은 늘 돌아가곤 했습지”라고 말했다.그가 대꾸 없이 묵묵히 촛불중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촛불중은 그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이어갔다.“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말입습지, 소승 자유 의사로 돌아가는 길도 아닙지. 어떤 종류로든, 스님도 머
[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은 주인공에게 “그래서입지, 스님께서는 피로를 좀 푸셨는가 말입습지?”하고 물었다. 그는 촛불중에게 “대게 그렇게 믿어집니다. 허나 뜻밖에 이런 데서 만나뵈니 반갑쇠다”라고 응수했다. 그는 장로 댁에서 머문 날부터 꼬박 하룻밤, 한 나절하고, 한 나절의 반을 더 잤다.촛불중은 다시 그에게 “유리에서입지, 산다는 일은 피곤합지. 때로 피로를 푸는 게 좋겠습지. 헌데입습지, 고기 낚기는 말입지, 어떻게 잘되셨나입습지”하고 물었다. 촛불중의 이 질문은 그가 애써 억눌렀던 아픈 기억을 상기시켰고, 순간적인 고통이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장로 댁에서 그의 손녀딸로부터 그 때 지금 헐어내고 있는 교회당의 내력을 듣게 되었다.그 교회당은 일차적인 신도의 확보도 없이, 장로의 선친께서 사재로 먼저 지어 놓고, 그런 뒤 목사를 모셔 전도하기 시작했었으나 뜻대로 되질 못했다.장로가 사는 곳은 타 종단의 승려들이 은둔처를 찾거나, 스스로 파계 환속한 사람들이 모여 군락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이 곳은 무신앙과도 살지를 못하지만, 어떤 종교와도 또 살지를 못하는 사람들의 마을이었다.장로의 부친은 그동안 외지를 떠돌다가 방황하는 영혼을 안온히 감싸줄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장로의 후의로 유리로 들어온 지 제 16일 째가 되는 날부터 그의 집에 유숙하게 되었다. 장로의 집에 머물게 된 첫날 그는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아주 오래오래 자고 일어났다.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마치 신선주 잘못 얻어마시고 잠든 나뭇꾼만큼이나 오래 잠을 잔 것만 같았다. 이 기분은 백 년 동안 고독했던 그의 몸 위에 세월의 낙엽이 덮여 썩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도, 마치 긴 겨울잠을 자다가 봄날 햇볕에 눈 뜨고 흙 밑에서 나온 구렁이나 두꺼비가 느끼는 약간은 ‘어릿두군’한 청량감이었다.그는 서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읍내 주민들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갔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대화라기보다는 차라리 집회의 강연이라고 해야 할 것 같지만 말이다.고자 음성의 사내는 자신이 감나무 집에 살고 있는데 “해만 질라먼, 요 괴회당 그림재가 살망살망 니리와 각고는 집을 콱 웅키잡아묵어삐리는 것” 같으며, 늘 머리가 아픈 증상이 있다고 말했다. 주인공은 마음속으로 이 사내의 병의 원인이 “고양이라고 풍문으로 전해지고, 실제로는 어떤 그늘뿐인, 그 그늘의 주술에 의해 돋여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는 “어쨌든 들어보시지요. 그래 그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장로에게 그가 오기 전에 그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마저 끝마치겠다고 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것은 ‘세상나무’에 관한 이야기였다.“이 세상 가운데에 큰 나무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라고 한다오. 일러서 ‘세상나무’라고 한다지. 그래서 이 세상나무를 통해 상제라던둥, 미륵이라던둥, 한울님이라던둥 하는 이들이, 이 세상을 다스리고, 또 원통한 일이 있는 사람들은 그 나무를 올라가 자기의 억울함을 고해바쳤다는 것이오. 나중엔 이런 일은 무당이나, 또는 그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떠맡
[데일리스포츠한국] 그는 마치 고막이 터져 청각을 잃은 듯 웅얼웅얼한 막연한 느낌만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는 이 상황을 체념하고 눈을 감았다. 그래도 까무라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호흡에다 기를 모아 마지막까지 정신을 숨통에다 간신히 붙들어 매두었다.소란스런 침묵이 지나고, “끌어 내리도록 하시오!”라는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그로부터 스물 너덧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들리는 한 스무남은 해나 걸려서 하는 소리였다.말에 타고 있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인 사내가 어느 덧 다가와 “대체 당신들이 하고 있는 짓들은 무엇이오?”
[데일리스포츠한국] 반쯤의 형체를 싸아안고 있는 듯한 그 검은 법복은 주인공의 양미간에 하나의 복숭아 나무가 서 있는 듯 보였고, 그 동쪽 가지에 빛이, 뱀처럼 쓰르륵 쓰르륵 흘러내려오고 있었다. 그 안의 형체들은 목을 옭죄어 왔는데, 그 때 그의 눈앞에는 작열하고 있는 생명의 불꽃 같은 시커먼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그것은 황충에 물린 모든 흑암처럼 괴롭게 죽어 휘어져 있는 듯 했으나, 실상은 살아서 그의 눈앞에서 맹렬하게 꿈틀거렸다. 그는 종내 그것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을 비틀어 저 세상으로 보냈다.그런 뒤, 그는 그 자리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읍의 입구에 들어서자 때는 동틀 녘이며, 검게 잠들었던 것들이 희게 깨어나고 있었다. 그는 마을 교회당을 둘러볼 작정으로, 또 방해받음 없이 노독도 풀 생각으로 교회당을 향했다.그가 다다른 교회당은 아직도 헐려 있지는 않았다. 그 주위로, 능금나무와 벚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늘어서 숲을 이루고 있는 언덕에, 삭다리 십자가를 아직도 높이 세우고 서있었다. 그것은 번쩍이는 햇빛 아래, 고풍으로 정숙히 서 있어 아름다웠는데, 왠지 고향 없는 한 돌중의 심사를 불편스러이했다.그는 버려진 교회당의 햇빛이 잘 드
[데일리스포츠한국] 유리에 머문 지 15일째가 되어 읍으로 떠나는 날도 비는 부슬거리며 그치지 않고 있어서, 주인공에게는 유리가 비실재적이며 추상적인 공간인 듯 했다. 유리의 마른 늪은 형체를 잃어버린 어둠과 운무에 휩싸여 그의 눈앞에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저 멀리 사라지곤 했다.그럼에도 그의 현존을 실감하게 하는 향수 어린 하나의 얼굴이 남아 있었으니, 영혼의 누이 같은 수도부였다. 그녀는 그를 동구 밖까지 배웅해 주며, “오열에 흐드러진, 그러면서도 그것을 짓누르고 일어서려면서 해맑게” 웃어주었다. 그녀를 향한 그의 애틋한 향수
[데일리스포츠한국] 유리에서의 13일째 되는 날에 그는 그녀(수도부)의 두 번째의 눈과 대좌해 있다가 하늘을 응시했다. 그 시각 ‘기억의 꾸리’를 삼킨 “안개비는 여전히 유리를 폐쇄시키고 있었다. 그 폐쇄를 그리고 마른번개가 열며 지나가고 있었다.”그 때 그는 “제석삼천불 법륜(法輪)이 다지고 지나간 자리에 돋은, 저 계집 같은 한 포기 들꽃의, 그 들꽃의 크기의 고해(苦海)”와 다시 대면하게 되었다. 그에게 그것은 제석삼천불 거하는 삼천대천세계보다도 더 클 것만 같았다.그는 고통의 바다 한 가운데를 떠돌던 유리에서의 14일째 날에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유리에서 머무른 지 12일째 되던 날 밤은 궂었었다. 번개는 쉬임없이 지나갔고, 주인공에게는 ‘처럽은 밤’이었다. 번개가 또 한 번 유리의 마른 늪을 휩싸고 지나갔을 때 그는 자신의 시체를 보았었다.그 때 그가 ‘혼이어서 무장애로 떠나지 못했던 것’은, 그의 시체와 혼 사이에 연결지어져 있던 강인한 끈 때문이었다. 그의 혼이 떠나려 하면, 그 끈의 다른 끝에 매달린 시체가 무겁게 그를 짓누르는 탓이었다. 그는 그것이 “업(業)은 아니었을까” 모른다고 생각했다.그것은 그의 ‘시신과 혼 사이의, 다하지 못한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항아리를 끼고 샘으로 가던 길에 갑작스런 자신의 변모를 뒤늦게 깨달았다. 그에게도 이제 피 묻었던 스승의 유산인 장옷 한 벌이 걸쳐졌는데, 이것은 그가 이제 유리의 촌민으로 어엿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하나의 표지였다.그가 장옷을 걸치고,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고 나니, 자기 은폐 본능이 어쩐지 누구에게나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보았자 ‘백해무익한 체면’과도 같은 것이었지만, 동시에 장옷이 주는 은폐의 편안함도 느끼게 했다.은폐된 자의 편안함은 주인공에게 에덴으로부터 추방된 최초의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상징적으로 보아 아비로부터 물려받은 ‘혈루병적인 몸’ 외에도 역마살이 유전되어 ‘마음을 갉아먹는 번뇌’에 자주 휩싸였다. 그것은 그 안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저주받은 ‘변절적인 피’와 업(業)의 ‘심리적 유전’ 때문이리라.박상륭은 낯설고 황무한 고장의 몰인정 앞에 내던져져 배회하는 영혼(주인공)의 ‘마음을 갉아먹는 번뇌’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나는, 사막을, 그냥 남녘 끝을 한하고 질주해나간 것이 아니라, 날 속에 싸여드는 씨북처럼 헤맨 것이다. 헤맬수록 왠지 나는 더욱더 쓸쓸하던 것이다. 계집 하나
[데일리스포츠한국] 유리의 마른 늪으로 이주한 이후부터 줄곧 고적과 고독의 몰약에 잠겨 있던 주인공은 수도녀의 “한 되의 나드 기름만큼” 고봉 담고 있는 깊은 정을 느꼈다. 그는 그녀가 뿜어내는 새둥지다운 안온한 에너지에 포근히 잠겼다.그녀는 잠시 얼굴도 씻고 분가루도 바르고 온다며 쪼르륵 달려 나갔다 다시 돌아와 그의 앞에 수줍게 섰다. 그는 눈을 들어 그녀를 찬찬히 살폈다.오늘 따라 그녀는 화장한 얼굴에 성장을 하고 온 것이었다. 그의 눈에 보름달이 막 솟아 오른 듯한 그녀의 목은 탁월했고, 어깨는 우아했다.그의 기억에 그녀의
[데일리스포츠한국]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인 칼 융(Carl Jung)은 이라는 책에서 요나가 고래의 뱃속에 삼켜졌다 삼일 만에 다시 살아난 이야기를 분석하며 스위스의 의사이자, 철학자요, 연금술사였던 파라셀수스(Paracelsus: 1493-1541)가 ‘폭력적인 미스테리아(Gewaltige Mysteria)’라고 표현했던 단어를 차용했다.“요나가 고래에 의해 삼켜졌을 때, 그 때 요나는 포악한 것의 뱃속에 간단히 잡혀 들어간 것이 아니라 이미 파라셀수스가 ‘폭력적인 미스테리아’라고 말했던 것을 보았던 것이다”융의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