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 - 신경림, ‘갈대’ 전문 1956년 에 발표된 이 시는 시인이 스무 살 때 쓴 처녀 작품이다. 시인은 충주고 시절, 국어시험시간에 시험지 대신 시를 제출할 정도로 문학 열병이 뜨거웠다. 대학 때 등단 후 지독한 생활고로 10년간 문단과 멀어진 채
[박상건 시인.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팔순의 서정춘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하류」(도서출판 b, 39쪽)를 펴냈다. 31편의 알짜배기 시편들을 묶었는데 짧고 강한 울림의 서정시를 선보이는 시인답게 ‘시인의 말’도 두 줄에 불과하다. “하류가 좋다/멀리 보고 오래 참고 끝까지 가는 거다”.일반적으로 상류가 하류가 보다 맑고 풍경도 멋질 것 같은데 시인은 ‘하류’에 주목했다.옷 벗고갈아입고도로 벗고하르르먼여울 물소리- ‘하류’ 전문계절마다 새싹이 움트고 낙엽이 지고, 다시 윤회하는 그런 자연. 그 자연 속에서 다양한 야생화
[데일리스포츠한국 최지우 기자] 강진의 대표적 서정시인 김영랑(본명 윤식,1903~1950) 일대기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 된다. 강진 시문학파기념관은 문화체육관광부 ‘2020년 한국 작고문인 선양사업 공모’ 사업에서 ‘김영랑의 시혼 세상을 적시다’가 대표사업으로 선정돼, 국비 1억 원을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기념관은 연말까지 김영랑 시인의 일대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전국 각 급 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공모로 시행한 작고 문인 선양사업은,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고 문인들에 대한 성과의 재정립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존재의 근원적인 감각을 채집하면서 이 세계의 구원과 혁명의 가능성을 묻는 데 각별한 관심을 보여 온 송종찬 시인이 맛깔스러운 문장이 돋보인 산문집을 펴냈다.‘시베리아를 건너는 밤’이라는 제목으로 삼인 출판사에서 펴낸 이 책은 첫 장부터 흡인력이 대단했다. 프롤로그에서 “안가강 위로 동이 떠오르며 새벽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창문을 여니 자작나무들이 통나무집을 에워싸고 있었다. 안개가 점점 강 끝으로 물러나면서 자작나무의 하얀 종아리가 드러났다. 간밤 자작나무들의 호위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종화 기자] 시는 노래다 - 2시를 보면 우리는 가끔 제목에서 ‘○○가(歌)’ 혹은 ‘○○노래’ 등의 것들을 꽤나 볼 수 있다.또 시의 중간 중간에서도 자신의 시를 가리켜 ‘나의 노래’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고 또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시와 노래는 아주 다른 종류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시는 어렵고 고상한 것이고, 진지하고 엄숙하고 고통스럽기까지 한 것임에 반해, 노래는 즐겁고 쉽고 누구나 할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조금 격이 낮은 것이란 느낌을 갖는다.그러나
빨랫줄처럼 안마당을 가로질러꽃밭 옆에서 세수를 합니다, 할머니는먼저 마른 개밥 그릇에물 한 모금 덜어주고골진 얼굴 뽀득뽀득 닦습니다수건 대신 치마 걷어올려마지막으로 눈물을 찍어냅니다이름도 뻔한 꽃들그 세숫물 먹고 이름을 색칠하고자두나무는 떫은맛을 채워갑니다 얼마나 맑게 살아야내 땟국물로하늘 가까이 푸른 열매를 매달고땅 위, 꽃그늘을 적실 수 있을까요 - 이정록, ‘세수’ 전문 이정록 시인의 시집 ‘풋사과의 주름살’(문학과 지성사, 1996)에 실려 있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 고향집에는 스테인리스 세숫대야와 찌그러지고 양은 세숫대야가
“저무는 하루가 붉은 얼굴로 내려다보며 있고는 하였다. 한번 생각났던 일들은 잊혀 질 때까지 잊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번번이 늦게 도착하고는 하였다. 그럴 줄 몰랐다고 하는 말을 들어야 할 때가 제일 슬펐다.지상의 것이 아닌 표정들로 장미꽃들은 피어났다.장미꽃이 생각났던 시간이 지나가지 않고 있었으므로 살얼음이 낀 강을 건너야 너에게로 닿을 수 있는 길이 남아 있었다.여기는, 장미에 관한 영화(榮華)를 찍고 간 자리라고 하였다. 내 시에서는 가급적 한 송이의 장미도 남아 있지 않았으면 싶었다”위에 새겨진 인용문구는 필자의 최근 시집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승철 기자] 예술의 표현은 결국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다. 항상 작품에는 자신이 살아왔던 고향, 가족과 이웃, 주위 환경들 속에서의 체험과 그에 대한 내적 발언들이 어떤 식으로든 구석구석에 묻어나게 된다. 그래서 작품은 소리 없는 교감의 창이라고도 한다.작가 이율배는 바다 한가운데 외딴섬(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학창시절에는 잘 다듬어진 도시문화를 실컷 들이키면서 허기진 갈망을 채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바다와 화려한 도시가 절묘하게 잘 버무려진 여수에서 삶을 완성시켜 가고 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금주의 출판계 소식 중 '화제의 책'으로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쯤인가를 묻는 시인이자 방송작가 김경미의 소소소한 일상이야기를 담은 책, 지 작은 풀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노래한 정윤천 시인의 시집을 선정했다. △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김경미, 혜다, 272쪽)시인은 태생적으로 인간임을 슬퍼하는 존재라고 했던가. 저자는 “고통은 달래지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 말한다. 시인이자 방송작가인 저자가 소소한 일상에서 담담히 건져 올린 작은 이야기들을 모은 에세이집이다.저자는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등단 35년째인 김용락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하염없이 낮은 지붕’(천년의 시작)을 출간했다. 이 시집은 페이지마다 서정성을 밑바탕으로 깔면서 세상 풍경을 인식론과 존재론에 근거해 시인의 내적 정서와 따뜻한 시선이 버무려져 잔잔하게 발산하고 있다. 시집의 공간적 배경에 대해 문학평론가 유성호 교수는 “광폭 공간이동을 통해 바라보는 사물이나 순간도 결국 그러한 의미에서 시간예술로서 속성을 잘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일제 신형 도요타 지프차로 17시간/칭기즈칸 국제공항에서/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 신경림, ‘별’ 전문 어둠이 채 가시기 전이었다. 새벽 지하철역에서 첫차를 기다리며 서성이다가 스크린도어에 걸린 이 시를 읽는 순간, 그 무엇인가, 별똥 같은 것이 내 뇌리를 강하게 울렸다.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인생사, 사는 만큼 보인다. 눈빛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1’ 기죽지 말구 살아봐꽃 피워봐참 좋아- 나태주, ‘풀꽃3’ 제1회 풀꽃문학제가 20일부터 2일 동안 공주 풀꽃문학관 앞 주차장에서 열린다. 첫째 날에는 풀꽃문학상 시상식과 풀꽃 음악회가 열리고 나태주 토크쇼, 풀꽃 사진전도 열린다. 둘째 날에는 전국풀꽃백일장, 나태주사인회, 풀꽃시낭송대회가 열린다.공주풀꽃문학관은 193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으로 2014년 10월 17일 개관했다.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문학관들이 전시관 형태에 머물고 있으나 풀꽃문학관은 나
1바람은 구름을 몰고구름은 생각을 몰고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밤 깊어 대숲에는 후득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 나태주, ‘대숲 아래서’ 중에서 나태주 시인의 등단작이자 대표작이다. 한 폭의 풍경화다. 초등학교 교사시절 어느 여교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