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천사도 꼭 배고픈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면 좋겠다고 했잖아?동사무소에서 오늘 우리 집에 배달을 시켰는지 안 시켰는지 확인을 해봐?나는 되돌아 동사무소로 달렸다. 밤에도 가끔 근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다행히 동사무소에는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들어가서 물어 봐? 그냥 기다려?망설이고 있는데 키다리 김 계장님이 문을 열고 나왔다.“너 웬일이냐? 이렇게 늦게?”다행히 먼저 말을 걸어왔다.“아저씨, 오늘도 점심때 우리 집 음식 드셨어요?”“그래,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그릇은 가져갔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따르릉!그때 전화벨이 나를 불렀다.“최한결, 너 뉴스 봤냐?”지환이 목소리가 수화기 속에서 튀어나왔다.“빨리 다시 모여!”네 명이 모두 숨을 헐떡이며 동사무소 앞으로 모였다.“도대체 어디로 들어간 거야?”“화장실이라면 우리가 지키고 있던 문으로 들어갔다는 거잖아?”“도대체 어디로 들어간 걸까? 우리가 그렇게 철저하게 지켰는데.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뒤따라 들어가 숨어서 살피기까지 했잖아. 그 큰 돼지저금통을 옷 속에 숨겨서는 들어갈 수 없었을 텐데. 누굴까? 어디로 들어간 걸까?”“하늘에서 날아왔을까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겉만 싱싱하고 속엔 상한 것이 섞여 있단 말이에요. 이래서 제대로 맛을 낼 수 있겠소?”아빠의 목에 힘줄이 튀어나올 듯했다.“가격을 깎아서라도, 이왕 가져온 거니 오늘만 어떻게…”아저씨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아빠는 기어이 채소를 아저씨에게 되돌려 주었다.기부천사도 있는데 우리 아빠는 뭐야? 눈도 오는데 상한 것만 골라 버리고 오늘은 좀 받아 주면 안 되나?친구들 앞에서만큼은 보이고 싶지 않은 아빠의 모습이다. 석우가 못 본 척 내 시선을 피했다. 나는 눈을 맞으며 채소를 들고 나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도대체 이 추운 날 교대로 무슨 일들이냐?”엄마가 따듯한 우동과 군만두를 식탁에 놓으며 눈을 흘겼다.“천사 만나려고요”“천사?”태효 말에 엄마의 눈이 동그래졌다.“텔레비전에 나오던 얼굴 없는 천사 있잖아? 연말이면 동사무소에 쌀 사라고 돈 갖다 주는 그 기부천사 말이야”난 천사에 대한 존경심을 한껏 살린 표정을 지었다.“인터뷰하기 숙제를 하는 중이에요”석우가 이렇게 말하고 나서 우동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으며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했다. 석우 이야기를 들으니 며칠 전 일이 다시 떠올랐다.방학 숙제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서진 기자] “저것 봐, 거울 장난 때문에 친구가 놀라서 저렇게 괴로워하고 있는 게 안 보이니! 어서 가서 사과해!”엄마는 은호의 손목을 더 세게 잡아다녔다.“아얏!”손목을 잡힌 은호가 울음을 터트렸다.“그게 아니에요. 우리는 호진이에게 나비를 보여 주려고 그러는 거예요.”기원이가 거울로 햇빛을 모아 방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러자 방안에 들어간 빛들은 동그랗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은호도 눈물을 훔치며 거울을 들었다. 반짝반짝 날아 들어간 빛은 마치 나비처럼 팔랑팔랑 날아다녔다.“나, 나비다아!”호진이가 소리쳤다.노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서진 기자] 다음날부터 은호는 기원이랑 호진이랑 놀다 엄마가 퇴근할 시간이 되어서야 집으로 뛰어가곤 했다. 그리고 엄마한테 이야기를 해 주었다.“오늘은 기원이하고 호진이에게 아빠가 중국에서 보내준 엽서를 보여 주고 왔어요”“엄마도 빨리 그 친구들을 만나 봐야겠네”“호진이는 아파도 맨날 웃어요. 호진이 엄마가 낮에 잠깐 일하러 갈 때마다 기원이가 같이 놀아 주는 거래요 ”“정말 착하네. 우리 은호에게 그런 친구가 생겨서 엄마는 정말 좋다”엄마가 은호의 볼을 어루만졌다.저녁을 먹고 은호는 엄마랑 같이 꽃밭에 나가 앉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서진 기자] 조그만 초록 대문 앞에서, 엄마가 열쇠를 꺼내 끼웠다.딸깍!새 주인을 맞는 대문 소리가 경쾌한 소리를 냈다.작은 대문과는 달리 마당은 제법 넓었다. 화단에서는 꽃들이 까치발을 들며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엄마, 여기가 진짜 우리 집이야? 이제 나 뛰어도 돼?”“그럼, 지구가 흔들리도록!”엄마는 저녁 햇살 가득한 허공에 은호를 번쩍 들었다 내려놓았다.“얏호! 호오!”은호가 마당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그런데 대문 안으로 은호만한 아이의 고개가 쏘옥 들어왔다. 그 아이는 은호와 눈이 마주치자 멈칫멈칫 뒷걸
“어, 비다!”상현이가 소리쳤다.우리는 가방을 머리에 쓰고 교문을 나와 문방구까지 달렸다. 문방구 햇빛 가리개 천막 아래 섰다.“여기, 휴지 있어.”상현이가 휴지를 내밀었다. 나는 금이 간 거울로 내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빗물과 비비크림이 흘러내린 얼굴은 엉망이었다. 상현이가 건네 준 휴지로 빗물을 닦았다.내가 손거울을 들고 턱을 닦고 있을 때였다.“비비공주! 턱에 흉터 있었어?”“응? 그게…….”“너, 비비크림 지우니까 정말 귀엽다!”상현이가 동그란 검은 안경테 너머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정말이야.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아빠는 나를 업고 병원으로 뛰었다.턱에 난 상처를 열다섯 바늘 꿰맸다. 나는 흉터를 볼 때마다 아빠를 원망했고 아빠의 미안하다는 말도 나는 싫었다.그런데 이제 원망할 아빠는 일을 찾아 캄보디아로 떠났다.자전거는 옥상 구석에 덩그러니 서 있다. 이래저래 내 마음은 꽝이다.조금 남은 비비크림을 턱밑에 꼼꼼히 문질렀다.‘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비비크림을 사야겠다’다음날 교실에서 상현이가 아이들과 닭싸움을 하고 있었다. 상현이는 한쪽 손으로 동그란 안경테를 붙들고 다른 쪽 손은 바지를 걷어붙인 발목을 잡고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우리 반 친구들은 나를 비비공주라고 부른다. 듣기 싫지만 흉터를 보이는 것보다는 낫다.내가 가장 싫어하는 체육 시간이다. 땀을 흘리면 비비크림이 지워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날씨가 더운 날은 땀이 더 많이 난다. 땀은 비비크림을 녹이고 흉터를 보이게 한다. 그래서 찬바람 나는 가을과 겨울이 좋다. 찬바람이 나면 예쁜 스카프로 턱에 난 흉터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오늘도 배가 아프다고 말하고 보건실로 갈까? 아니면…’“또, 아파?”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나를 보고 재희가 다가왔다.“많이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서둘러. 지각하겠다”엄마가 재촉했지만 거울 앞에 서서 계속 비비크림을 발랐다.“그만 발라!, 피부 상하면 어쩔 거야?”엄마가 다락방 아래서 소리쳤다.우리는 다락방에 산다. 나는 재빨리 손거울을 가방에 넣고 학교로 향했다.고개를 푹 숙이고 걷고 있을 때였다.“땅바닥에 돈 있어?”상현이가 등 뒤에서 알은체했다. 동그란 검은 안경테를 쓴 상현이는 전학생인 주제에 오지랖 넓게 참견이 많다.“빨리 가자, 늦었어”눈치코치가 없는 상현이가 내 팔목을 잡아끌었다.“어, 뭐야?”상현에게 이끌려 뛰다
[데일리스포츠한국 장은영 기자] 승규의 말에 윤서는 된장을 풀고 건영이는 호박과 두부를 썰었다. 발표할 걱정 때문인지 총각김치를 꺼내는 내 손이 조금 떨렸다.“자, 요리가 끝났으니 각 조 발표자는 앞으로 나와서 자기 조의 요리에 대해 설명을 해보자”1조의 요리는 카레였다. 감자와 양파가 냄비 바닥에 눌러 붙고 탄 게 보였다. 발표하는 아이가 변명을 하느라고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얼굴에서도 땀이 나는 것만 같았다.곁에 앉아 있던 건영이가 내 얼굴을 보더니 뭔가를 내밀었다.“민채야, 이거 내가 아끼는 부엉이인
[데일리스포츠한국 장은영 기자] 결국 윤서는 햄과 라면, 승규는 두부, 건영이는 소고기, 나는 김치를 맡았다.휴대용 가스, 냄비와 그릇 같은 건 우리 조 아이들이 골고루 나누어 가져오기로 했다.이야기를 마친 우리 조원들이 다른 조는 어떤 요리를 하려는지 기웃거렸지만, 아이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우리 조원들도 치사하다며 절대로 가르쳐 주지 말자고 했다.목요일 아침, 우리는 비밀 작전을 하듯 모두 교실 건물 뒤 모퉁이에 모였다. 각자 가지고 온 걸 꺼내는데 윤서가 고개를 푹 숙였다. 승규가 윤서 곁에 바짝 붙어
[데일리스포츠한국 장은영 기자] 수업이 모두 끝난 뒤 선생님이 칠판에 크게 글씨를 썼다.멋대로 요리 경연 대회나는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잠자코 있었다. 여기저기서 그게 뭐냐고 묻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이번 주 목요일 오후에 할 행사야”모두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데 승규가 벌떡 일어섰다.“선생님, 무슨 요리를 하는데요? 어디서 요리를 해요?”“학교 강당에서 요리를 할 거야. 어떤 요리를 할 건지, 재료 준비, 조리 도구까지 모두 조별로 알아서 해야 해.”“그럼 심사는 누가 해요? 심사 기준은 뭐예요?”이번엔 지원이가 일어섰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예분 기자] “엄마, 우리 이제 밖으로 나가도 돼요?”보미네 식구들이 꿈나라 여행을 떠났으니 어린 달팽이들도 오랜만에 신나는 욕실 여행을 하고 싶었다. 엄마 달팽이가 먼저 나가서 신호를 보냈다.“얘들아, 어서 나와라”첫째 달팽이의 뒤를 따라서 어린 달팽이들이 졸졸졸 기어 나왔다. 어린 달팽이들이 하얀 타일 벽에 다닥다닥 붙어서 미끄럼을 타며 놀았다.한 가지 위험한 것은 절대로 사람들 눈에 띠어서는 안 된다.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얘들아, 그만 내려가! 멀리 가면 되돌아오지 못해”엄마가 걱정스럽게 말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예분 기자] 엄마 달팽이가 숨을 몰아쉬자 어린 달팽이들도 소리 없이 숨을 내쉬었다.“얘들아, 앞으론 밤에 욕실 여행하는 걸 조심해야겠다. 그리고 아무리 급해도 하얀 타일 벽에 함부로 똥을 싸면 안 되겠다. 알았지?”어린 달팽이들이 스스로 조심해야겠다는 말을 주고받았다.“들키는 날엔 정말 위험할지도 몰라.”엄마 달팽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어린 달팽이들은 그날부터 타일 벽에 똥을 싸지 않았다. 배가 슬슬 아플 땐 아예 욕실 여행을 하지 않았다.여느 때처럼 보미네 식구들이 모두 잠들었다. 그 사이에 어린 달팽이들이 천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예분 기자] 엄마 달팽이는 어린 달팽이들의 미끈한 등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평생 집 없이 살아가야 하는 민달팽이의 운명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엄마 달팽이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어린 달팽이들의 몸이 점점 차가워졌다. 엄마 달팽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어린 달팽이들을 다시 한 번 힘껏 끌어안았다.‘더 이상 갈 곳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엄마 달팽이는 이 집 욕실 천장으로 이사를 왔던 때의 일들이 눈앞에 떠올랐다.엄마 달팽이는 어린 달팽이들이 늘 안쓰러웠다.‘번듯한 집을 한 채씩 짊어지고 나왔더라면…&h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예분 기자] 어제는 겨울비가 기와지붕을 적시더니, 오늘은 칼바람이 무섭게 불었다. 바람은 온 집안을 기웃거리며 으르렁댔다.창문이 마구 흔들리고 커다란 나뭇가지가 휘청거렸다. 장독대도 꽁꽁 얼어붙었다.바람은 뱀처럼 허름한 욕실 귀퉁이를 날름거렸다. 찬 기운이 욕실 가득 스몄다.욕실 천장에 사는 어린 달팽이들이 몸을 잔뜩 웅크렸다. 엄마 달팽이가 더듬이를 세워 바람을 쫓았지만 소용없었다.엄마 달팽이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후유, 이러다간 꼼짝 없이 모두 얼어 죽겠네”엄마 달팽이의 한숨 소리가 욕실 천장 안을 맴
[데일리스포츠한국 김자연 기자] “아야 아야야야야!”“우리 굴을 가로챈 못된 뎅이! 맛 좀 봐라”“아이고고고고, 팔 아파. 아이고, 코야. 제발 살려 줘”뎅이가 숨을 할딱거렸다.“다시는 우릴 괴롭히지 마”“아얏, 아얏, 나도 처음엔 그럴 생각은 없었어”뎅이가 팔을 움직이며 싹싹 빌었다.“거짓말쟁이! 우리가 그 말을 어떻게 믿어?”그때다. 굴속이 흔들리며 간간히 흙부스러기가 날렸다.“오늘따라 땅강아지들이 난리군!”개미들은 곧 흙먼지가 멈출 것이라 믿었다.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삽시간에 돌멩이가 굴 안으로 굴러 들어왔다.개미와 뎅이는
[데일리스포츠한국 김자연 기자] 갑자기 뎅이가 앞발로 대장 개미를 공격했다. 개미들이 몸을 떨었다.“살려 준 것만으로 감사해. 알았어?”대장 개미는 크게 다쳐 자리에 눕고 말았다.평화롭던 개미굴에 공포 분위기가 감돌았다.그러나 개미들은 굴을 떠날 수 없었다. 뎅이가 굴 가운데에 떡 버티고 앉아 개미들을 감시했기 때문이다.먹이를 구하러 나갔다 돌아오지 않으면 다른 개미들을 잡아먹겠다고 겁을 주었다. 개미들은 다른 개미가 죽임을 당하지 않도록 굴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개미들은 웃지 않았다.뎅이가 잠을 자고 있을 때다. 흰점개미가 다른